토함산 옆 함월산(含月山) 기림사(祇林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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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의 짧은 여행(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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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06 09: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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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종천이 흘러가는 길 따라 서서히 내려오면
추령고개를 너머 바다로 나가는 길이 서로 만나게 됩니다. 경주시 양북면인 이곳부터 바다까지는 넓은 평야가 이어져 있으며 한가한 들판엔 곡식들이
마냥 햇볕에 익어가고 있지요. 이즈음에서 점심공양을 한 나는 바다 길로 가는 중간에서 좌로 빠져 또 다른 골짜기 하나를 찾아갑니다. 함월산 골짜기! 그 곳은 또 다른 물줄기를 틀어 내리는 한적한 곳으로 고향 같은 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그 곳에는 제가 가장 많이 가본 절중의 하나인 기림사(祇林寺)가 있습니다. 물론 골짜기의 초입에 우리나라 ´선무도´의 도량이며 365계단의 골굴암(骨窟岩)이 있구요, 재수가 좋으면 선무도(仙武道) 수양을 쌓는 스님들이 물구나무로 계단을 오르는 모습도 볼 수가 있겠습니다. 특히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한 10M이상 크기의 마애불이 제일 볼거리인데요, 오늘의 여정에서 일단 뺀 이유는 그 외는 따로 크게 볼게 없다는 것과 아직은 낮 더위가 가시지 않은데 햇볕 피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게으른 이유에서입니다.
기림사(祇林寺)는 조계종 11교구의 중심사찰 입니다. 광유성인(光有聖人)이 창건(創建)하였고 절 이름을 처음에는 임정사(林井寺)라 하였습니다. 광유성인은 인도 스님으로 우리나라에 불교를 최초로 전한 스님일 가능성이 있으며 643년 (선덕여왕 12년) 에 원효(元曉)스님이 중창하고 기림사로 개칭하였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생전에 제자들과 함께 수행했던 승원 중에서 첫 손에 꼽히는 것이 기원정사와 죽림정사이고 이 두 곳이 기록상 가장 오래된 절이라고 하는데요, 기원정사는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23번의 하안거(夏安居)를 보내신 곳이랍니다. 그 기원정사의 숲을 기림(祇林)이라 하니 경주 함월산 기림사는 그런 연유에서 붙인 이름이지요. 이곳이 좋은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요, 첫째는 절 주변부에 사하촌(寺下村)들이 대부분 상가중심의 장사치들로 붐비는데 이곳은 그런 면에서 아직 덜하다는 것과 절의 일주문에서 본찰로 들어가는 길가의 숲과 흐르는 물소리가 좋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절 마당의 고운 마사토를 밟는 느낌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인데요, 이 흙길에 봄이나 가을 어느 날, 맨 발로 걸어보면 그 촉감이 마음을 평화롭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오래된 건물인 진남루(鎭南樓)나 대적광전(大寂光殿)등이 소박한 맞배지붕을 하고 있으며 단청이 벗겨진 채로 세월을 그대로 간직한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대적광전 꽃무늬 창살은 단아한 아름다움 자체를 발하고 있는 것도 작은 즐거움입니다. 네 번째는 이 절의 담장들이 예쁘다는 것인데요, 곳곳의 담장들이 서로 다른 모습들로 쌓여져 있는 모습이 이곳을 자주 찾게 되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대적광전과 진남루 사이에 있는 오백년 묵은 보리수는 넓은 마당에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구요, 요사채로 들어가는 곳곳엔 담쟁이와 가는 대나무들이 햇볕을 받아서 반짝이고 있습니다. 대적광전은 기림사의 본전으로 신라 선덕여왕때 처음 지어졌으며 그 뒤 8차례나 다시 지어졌답니다. 1997년 해체공사 때 종도리에서 4종의 묵서가 발견되었습니다. 그 기록에 의하면 그동안 7차례의 중수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최근 1997년에는 정부의 문화재 수리비용으로 제8차 완전 해체 수리가 이루어졌습니다. 보물 833호로 지정된 이 건물은 정면 5칸 , 측면 3칸의 규모이며 배흘림기둥의 다포식 단층 맞배지붕이 단정하고 전면에는 모두 화려한 꽃창살 문을 달았는데 색이 바래 화려한 꽃창살 조각의 느낌이 포근히 전해집니다. 넓은 전각 안은 장엄한 맞배식 건물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며, 단청이 퇴색하여 느낌이 더 고색창연하다는 것이 다른 아름다움이란 설명을 드렸습니다.
여느 절들을 가볼라치면 대웅전 대신 대적광전이라는 이름의 현판들을 볼 수가 있는데 대적광전(大寂光展)은 주불로 비로자나불을 모신 전각으로. 적(寂)은 번뇌를 멸한 고요한 진리의 세계, 니르바나의 세계를 말하며, 광(光)은 그 세계에서 나오는 참된 지혜가 온 우주를 찬란히 비춘다는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 기림사(祇林寺)에서 빼 놓지 앓고 또 보아야 할 것이 하나 남아 있다면 보물415호로 지정되어 있는 건칠보살좌상(乾漆菩薩坐像)이 있는데요, 보살상의 하대상면(下臺上面)에서 발견된 묵서명(墨書銘)에의해 조선 연산군 14년(1501)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건칠불(乾漆佛)입니다. 건칠불은 옻칠을 입힌 종이 부처님입니다. 보살상의 머리에는 상투를 올리고 그 위에 따로 만들어진 2단 구조의 보관을 썼는데, 관의 표면에는 아름다운 당초문이 돋을새김 되어 있는데 지금은 박물관 보수공사로 알현할 기회를 주지를 앓습니다. 절집 내의 서쪽편에 요즘 지어진 삼천불전으로는 잘 가지를 않습니다. 웅대함과 화려함이 주는 위압감을 피하고 싶기 때문에 그 시간 잠깐씩 약사전이나 응진전에 들러서 기둥들을 한번씩 쓸어줌으로서 왔다 가는 소식을 전합니다.
천천히 내려오는 길, 등 뒤에서 바람에 풍경소리 약하게 귀전을 때립니다. 살풋 젖은 이마의 땀만큼 욕심을 놓고 가라는 가르침인가 합니다. 이제 또 가야지요. 동해! 바다 끝으로... | |||||||||
출처 : 데일리안/배강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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