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따라서 훌쩍 떠나는 테마여정

거문도와 백도

창현마을 2007. 8. 21. 14:46

 

거문도와 백도

 

 

 

 

 

 

 

 

 

 

 

 

 

 

 

 

 

 

 

 

 

 

 

남해안 여행의 백미는 섬 여행이다. 파도치는 바다 저편에 외롭게 떠 있는 섬, 그곳에 가는 동안은 마치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설레임이 있다. 누구나 만져보고 싶지만, 쉽게 만져지지 않는 섬. 섬은 외롭다고 쉽게 말하지만, 섬을 찾아가는 우리들 마음이 더 외로운 것은 아닐까.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꽃피는 숲에 저녁 노을이 비치어, 구름처럼 부풀어오른 섬들은 바다에 결박된 사슬을 풀고 어두워지는 수평선 너머로 흘러가는 듯싶었다.
 
뭍으로 건너온 새들이 저무는 섬으로 돌아갈 때, 물 위에 깔린 노을은 수평선 쪽으로 몰려가서 소멸했다. 저녁이면 먼 섬들이 박모(薄暮) 속으로 불려가고, 아침에 떠오르는 해가 먼 섬부터 다시 세상에 돌려보내는 것이어서, 바다에서는 늘 먼 섬이 먼저 소멸하고 먼 섬이 먼저 떠올랐다.(김훈의 「칼의 노래」 중에서)
거문도에서 배를 타고 40분 정도 왔을까. 망망대해 위에 자그마한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몸이 날아갈 것 같은 세찬 바람이 부는 배의 갑판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적막하기까지 하던 배에 갑자기 생기가 돈다. 여기저기 탄성 소리와 함께 사진작가들의 셔터 소리가 터지기 시작했다.
 
파도에 흔들리는 배 위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사진작가들은 양발을 앞뒤로 적당하게 벌려 배의 흔들림에 몸을 고정시킨다. 그리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을 온몸으로 저항한다.
 
점차 모습을 드러내는 섬에 카메라 렌즈를 맞춘다. 사진작가들은 무아지경에 빠진다.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바람에 옷이 뒤집히든, 모자가 바다로 날아가든, 그들의 눈은 카메라 뷰파인더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이때 사진작가는 바다에 떠 있는 섬과 한몸이 된 듯하다.
 
백도가 다가올수록 바람과 추위를 피해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갑판 위로 올라온다. 그리고 백도가 가장 잘 보이는 배의 앞머리는 거의 시장통이다. ‘사진 좀 찍어줘’ ‘이쪽으로 서봐’ ‘모자 좀 빌려줘’ ‘자 이쪽으로 모여보세요.
 
하나 둘 셋 하면 웃어요’. 모양을 설명하기 힘든 기암괴석의 섬을 배경으로 사진찍기에 여념들이 없다. 적막감이 흘렀던 갑판 위는 이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관광버스가 된 듯하다.
단체관광 온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아낙네의 옷은 모두 울긋불긋하다. 선글라스로 멋을 부려도 보고, 알록달록한 모자로 치장도 해봤지만 모두 유행이 지나 촌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유행이 지났으면 어떠랴. ‘천상의 비경’ 백도를 배경으로 모두 모델이고 사진작가다.
백도는 상백도와 하백도를 포함한 39개의 무인군도로 이뤄진 국가명승지 제7호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가기 힘들고,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불어 보기 힘든 곳이다. 백도는 인간의 손이 아닌 시시각각 변하는 세월 속에 바람과 파도, 그리고 자연이 깎아놓은 조각의 섬이다.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직접 오르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백도는 썰물과 밀물에 의해 정확히 셀 수가 없어 대략 1백 개쯤 된다고 하여 ‘백도(百島)’라 한다. 또 1백에서 하나가 모자란 99개라 하여 일백 백(百)자에서 한 일(一)자를 빼버린 ‘백도(白島)’라고도 한다. 멀리서 보면 섬이 희게 보인다 하여 ‘백도(白島)’라고도 한다.
옛날옛적에 옥황상제의 아들이 아버지의 노여움을 입고 귀양왔다가 용왕의 딸과 친해져 바다에서 풍류를 즐기며 세월을 보냈다. 옥황상제는 비록 아들을 귀양보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몹시 보고 싶어졌다.
 
신하들을 내려보내 다시 올라오도록 하였으나, 하나 둘 내려보낸 신하의 수가 백 명이 되도록 올라오지 않고 함께 풍류를 즐겼다. 옥황상제는 아들과 신하들에게 벌을 내려 모두 크고 작은 섬이 되게 했다는 전설이 있다.
 
백도의 기암절벽들은 그 특이한 생김새와 고유한 이름이 있어 함께 연상하면 더욱 즐겁다. 상백도에는 병풍같이 생겼다 하여 이름 붙여진 병풍바위, 신하가 내려올 때 쓰고 왔다는 갓 모양의 탕건여, 하늘에서 내려온 신하 형제가 숨어있었다는 형제바위 등이 있다.
 
하백도에는 옥황상제의 아들이 바위로 변했다는 서방바위(성기바위), 용왕의 딸이 변했다는 각시바위, 돌부처처럼 우뚝 솟아있는 석불바위, 보는 위치에 따라 모양이 변하는 요술바위 촛대바위 쌍돗대바위 원숭이바위 감투바위 등이 있다.
특히 백도의 자랑거리 중 으뜸은 ‘풍란’이다. 옛날 중국이나 일본 무역선들이 풍랑으로 방향을 잃고 표류하다가도 이 풍란 향기로 인해 무사히 귀향지로 되돌아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만큼 풍란 향기는 멀리서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백도를 가려면 먼저 거문도에 가야 한다. 여수항에서 '페가소스호'나 '오가고호'를 타고 거문도에 도착하면 바로 옆에 백도관광 유람선이 대기하고 있다. 거문도에 여객선이 도착한 후 약 30분이 지나면 백도관광 유람선이 출발한다.
날씨가 고르지 못하거나, 관광객이 많은 경우 유람선을 타지 못할 수도 있으니 먼저 확인을 해야 한다. 백도관광 유람선은 매일 1회에서 3회 정도 운항한다. 배를 놓치면 한나절을 기다려야 하므로 당일 코스로 거문도를 찾았다면 백도관광은 포기해야 한다. 백도 유람은 2시간 정도 소요.
 
 
 
자갈길로 이뤄진 오르막길을 걷는다. 이길은 두사람이 겨우지나갈 만큼의 폭이다. 여수의 자랑 동백나무 사잇길은 초겨을 날씨임에도 전혀 춥지가 않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곳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둣, 갑자기 눈이 부셔온다.
 
바다 위에 떨어진 햇빛이 반사되어 눈을 부시게 한다. 아늑하기만 했던 좁은 길 한편은 바다와 닿아있는 낭떠러지였다. 오르막길을 오르느라 송글송글 맺혔던 땀이 바닷바람에 어느새 식어버린다. 거문도의 자랑인 '등대 가는 길'은 연인과 추억을 만들기에 안성맞춤이다. �이 거의 내리지 않을 정도로 겨울에도 포근한 곳, 거문도 등대로 가는 길이다.
 
차량이 오갈 수 있는 도고 끝에서 등대까지는 1.3km. 거문도 등대로 가는 길은 자연을 그대로 살려 자갈길과 흙길, 그리고 잔디밭 길이 이어져 있는 산책로다. 밀림을 형성하는 동백숲과 상록난대림 속 터널을 지나는 동안에는 하늘도 바다도 볼 없다.
20여 분간 걸으면 비로소 하늘과 바다를 볼 수 있다. 이때 자연스럽게 터져나오는 감탄사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여기서부터 저 멀리 등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푸르디 푸른 바닷물과 하늘을 배경으로 보이는 하얀 등대. 수월산 해안벼랑에 자리잡은 거문도 등대는 1905년에 준공, 점등됐다. 프랑스에서 제작된 프리즘 렌즈에 의해 적색과 백색이 매 15초마다 교차한다. 등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다만, 관리자의 눈을 피해 등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칠흑의 바다를 비치는 전구는 예상보다 훨씬 작았다. 조그마한 전구에서 나온 빛이 프리즘을 통해 넓은 바다를 비치는 것이다. 등대 안은 햇빛을 받아 마치 온실에 온 것같이 매우 덥다. 등대를 직접 보기 위해서는 직각 사다리를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약간 위험하다.
 
거문도 등대의 또 다른 명물은 '관백정'이다. 확 트인 망망대해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제주도 한라산과 백도가 육안으로도 보인다. 여기에서 해돋이와 해넘이를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다고.
 
거문도의 또 다른 볼거리(?)는 역사적 현장인 '영국군 묘지'다. 거문항에서 내려 오른쪽의 상가를 따라 가다 보면 왼쪽 골목길에 영국군 묘지로 가는 표지판이 보인다. 10여 분쯤 올라가면 서양문화의 분위기가 풍기는 비석과 나무 십자가로 가꾸어진 묘지를 만단다.
거문도를 3년간 점령한 영국 해군의 흔적이다. 이밖에 보로봉, 신선바위, 기와집몰랑 등도 거문도의 볼거리다. 귤은 김유 선생 사당과 망향산이 있는 동도의 유촌도 볼 만하다.
거문도는 우리나라 개항 일번지다. 여수항에서 뱃길로 약 2시간 정도 가면 거문도에 도착한다. 거문도에서는 세 가지에 취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인물에 감동하고, 역사의 현장에, 자연에 취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거문도는 다양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
독특한 맛의 갈치회가 유명하다.
 
 
 
여수항에서 거문도행 배편 매일 07:10, 08:00, 14:20, 14:50 운항
(동절기에는 운항횟수와 시간이 변경됨, 소요시간 1시간 30분~2시간)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곳, 사도. 그곳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육중한 공룡이다. 물론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사도가 공룡 화석지의 보고라는 것을 알려주는 표지판 역할을 한다. 바다 한가운데 모래로 쌓은 섬 같다고 해서 모래 사(沙)자를 써서 사도라 한다. 사호도로 부르기도 한다.
 
2월 영등사리와 7월 백중사리가 되면 추도와 바닷길여 열리는 '모세의 기적'을 체험할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온다. 물이 빠지면 사도, 추도, 간도, 시루섬, 장사도, 나끝, 연목 등 7개 섬이 바닷길과 'ㄷ'자 모양으로 이어진다. 사도에는 관광객을 위해 정감있는 산책로와 공룡화석에 대한 흔적들을 잘 보존하고 있다.
 
 
사도와 추도 일대에 분포되어 있는 공룡화석 등은 천연기념물 434호로 지정되어 관광지로 뿐 아니라 학술적으로도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사도와 추도 일대에서 산출된 공룡발자국은 3천6백여 개에 이르며 조각류, 용각류, 수각류 등 다양한 발자국을 이루고 있다.
 

84m나 되는 세계 최대길이의 공룡발자국 보행렬 자국도 발견됐다. 다만, 사람들이 공룡발자국을 본을 뜨기위해 뿌려놓은 횟가루를 치우지 않아 몸살을 겪고있어 아쉬움을 준다. 공룡발자국 외에 사도는 재미있는 기암괴석들이 많다.
여수항에서 거문도행 배편 매일 07:10, 08:00, 14:20, 14:50 운항
(동절기에는 운항 횟수와 시간이 변경됨, 소요시간 1시간 30분~ 2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