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따라서 훌쩍 떠나는 테마여정

호수와 우거진 숲에 갇힌 산사 - 오어사

창현마을 2007. 8. 1. 23:34

 

 

 

호수와 우거진 숲에 갇힌 산사  -  오어사

 

 

 




그 날도 아마 오늘처럼 무더운 여름날이었으리라. 하늘은 창창하고, 바람은 한 점 없고, 땡볕은 쏘듯이 내리쬐고….

운제산 기슭에서 수도하던 원효와 혜공이 더위를 이기지 못해 먹물 장삼 벗어던지고 계곡 상류의 시원한 반두석을 찾았던 것은. 그리고 오래간만에 맑은 계곡물에 몸을 담근 터라 슬쩍 장난기가 회동했으리라.

“우리 그 동안 수도한 법력을 한 번 겨뤄 보자”

두 스님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배설한 똥을 다시 고기로 되살리는 시합을 벌이게 됐다. 그런데 한 마리는 살아서 힘차게 물을 거슬러 올라갔으나 다른 한 마리는 살아나지 않았다. 아니 이럴 수가. 누군가의 법력이 모자라 물고기를 되살리지 못했으니 꼼짝없이 살생을 한 셈이 아닌가. 두 스님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리고 살아서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를 보며 서로 자기가 살린 물고기라고 우겨대기 시작했다.

누가 이겼을까. 원효일까, 혜공일까.

그 날의 입씨름은 결론이 나지 않은 듯하다. 왜냐하면 서로 “내(吾) 고기(魚)”라고 우겨대는 데서 절 이름이 유래됐기 때문이다. 경북 포항시 오천읍 항사리에 있는 절 오어사(吾魚寺)에 얽힌 재미있는 내력이다. 재미있는 전설만큼이나 오어사는 정겨움 가득, 운치 가득한 절이다. 규모는 작으나 숲과 물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전경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1961년 절 아래쪽 계곡을 막아 저수지를 만들었는데 이로 인해 오어사는 드넓은 호수를 낀 운치있는 절이 됐다. 넓은 호수는 연둣빛 신록에 둘러싸여 에머랄드빛으로 변해 더없이 신비롭다. 절 입구의 돌계단에 앉아 오어지의 물빛을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호수 속 청거북이 엉금엉금 기어 나와 용궁이 저쪽이라며 등을 내미는 듯한 착각마저 인다. 장마 때는 절 앞마당까지 물이 차 넘실거려 간담을 서늘케 하기도 한다.

전해오는 얘기에 따르면 오어사는 신라 진평왕 때 자장율사가 세운 절로 처음에는 항사사(恒沙寺)라 불렸다. ‘항하수의 모래알처럼 많은 사람들이 세속을 벗어났다’는 의미. 그러나 창건 이후의 역사는 전래되지 않고, 다만 유적에 의하면 자장과 혜공, 원효, 의상 등 네 조사가 이 절과 큰 인연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즉 절의 북쪽에 자장암과 혜공암, 남쪽에 원효암, 서쪽에 의상암 등의 수행처가 남아 있어 이들 네 조사의 행적과 연관을 짓고 있다.

호수 건너 산기슭에 오르면 호수에, 우거진 숲에 둘러싸인 오어사의 전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오어사 경내에는 대웅전을 비롯해 최근 건립된 몇몇 당우만 남아 있고, 네 조사에 얽힌 암자도 자장암과 원효암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절 뒤편 높고 험한 벼랑에 제비집처럼 지어진 자장암은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게 오히려 운치있다.

*가는 요령
경부고속도로 경주 인터체인지에서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경주시를 감도는 산업외곽도로를 따라 포항으로 이어지는 국도 7번을 탄다. 포항시내에서 신형산교를 건너 구룡포 방향으로 4km 남짓 가면 청림동 청림초등학교 앞 3거리. 이 곳에서 오른쪽으로 오천, 감포로 이어지는 929번 지방도(국도 14번 겸용)가 나온다. 929번 지방도를 타고 오천리를 지나 7.3km 가면 오어사를 알리는 도로표지판이 나온다. 용산리 LG정유 주유소가 있는 3거리다. 이 곳에서 4.1km 가면 오어사 주차장에 닿는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포항에서 오천행 102번, 300번 시내버스(수시 운행)를 이용해 오천까지 간다. 오천 구종점에서 오어사행 시내버스를 탄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출처 ; 오토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