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덕산 - 전남 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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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꽃산행 ▒ 전남 강진군 도암면 ▒ 다산초당∼백련사∼만덕산 깃대봉∼바람재∼암릉∼용문사 6.8km |
3월 중순, 동백이 한창인 강진 만덕산 백련사에 들렀다. 절 주변 7000여 그루 동백나무는 만개하여 붉은 꽃망울을 피우고 지우기를 여러 차례.
동백꽃은 가지에서 꽃봉오리 채 떨어져 발길에 짓밟혀 멍들어 가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길을 새빨갛게 물들인다. 동백이 질 무렵이면 숲은 온통 검붉은 동백꽃길이 된다.
겨울넘기기에 여념이 없는 다른 꽃과 달리 1월부터 일찍 꽃을 피운 동백은 가지에 매달려 있을 때보다 질 때가 더욱 아름답다.
그러나 동백꽃을 표현함에 있어 옛시인과 묵객은 슬픔과 아픔으로 나타냈다. 아름답고 순결한 그 붉은 목숨의 최후는 늦게는 4월까지 이어진다.
동백나무는 흔히 숲을 이루어 자란다. 2∼3미터 높이의 아름드리 동백림은 하늘을 완전히 가린 채 가느다란 빛줄기 만을 허락한다. 우거진 동백잎 사이로 겨우 비집고 들어온 빛은 가지에서 떨어진 동백꽃을 더욱 붉게 밝힌다. 빛줄기 드리운 동백림의 절경은 아침볕이 한몫 톡톡히 한다. 백련사 동백림을 제대로 보려면 아침 나절에 들러야 할 것이다.
백련사를 품고 있는 만덕산(408.6m) 산행은 다산초당에서 시작한다. 백련사에서 출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해남 땅끝산악회 정재균(56세), 김혜숙씨(56세) 부부, 한호석(37세)씨와 함께 다산초당 입구 귤동마을에 도착했다.
산길이 나 있는 곳으로 200미터 오르면 다산초당의 서암이 모습을 드러내고 돌계단 끝 ‘정석(丁石)’ 바위를 마주보며 다산 초당에 발을 들여 놓는다.
조금 늦게 도착하기로 한 해남신문 편집국장 이해덕(44세), 정지승씨(33세, 땅끝산악회)를 초당 쪽마루에 앉아 기다린다.
기다림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정씨 부부는 다산초당 둘러보기에 나섰다. 가까운 해남에 살고 있음에도 초당은 초행이란다. 다산 선생이 유배될 당시 흑산도에 유배된 둘째 형 정약전과 가족이 그리울 때 강진만을 바라보며 마음을 달랬던 천일각에서 강진바다 조망에 흠뻑 빠져 있을 때쯤 김 국장과 정지승씨가 초당에 올라섰다.
10시가 넘어서야 다 모인 일행은 정약용의 친필 ‘다산동암(茶山東菴)’, 추사 선생의 글씨를 모각한 ‘보정산방(寶丁山房)’현판이 걸려 있는 동암을 지나 천일각 위로 이어지는 편안한 산길을 따라 백련사로 향했다.
천일각에서 백련사까지는 800미터. 따뜻한 봄볕을 만끽하며 길을 따르면 노래가 절로 나온다. 곡명은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외로운 동백꽃 찾아오려나.”
빼곡한 동백림으로 둘러싸인 백련사
님 기다리는 동백아가씨 마냥 겨울 내 동백꽃을 기다렸다. 백련사 300미터 지점, 깃대봉(408.6m) 등산로 팻말이 있다. 이곳을 내려서면 천연기념물 151호로 지정된 동백나무숲이다. 길섶 웅덩이에는 올챙이가 알을 깨고 나왔다.
게으른 놈들은 아직 알무더기 속에서 단잠을 잔다. 오랜만에 보는 올챙이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시골 할머니 집에서 냇물서 바지 걷어붙이고 통 하나 들고 올챙이 잡으며 하루 종일 놀던….
드디어 동백나무 숲. 눈을 의심할 정도로 숲은 우거지고 끝없이 펼쳐졌다.
그 한 가운데 백련사 절이 있다. 백련사는 지금 공사가 한창이어서 조용한 산사 분위기는 전혀 찾아 볼 수 없고 공사 장비와 자재로 어수선하다.
본격적인 산행을 하기 위해 지장전으로 올라서려는 순간 기념품 파는 이가 갑자기 길을 막아선다. 스님의 수도정진을 위해 등산객의 출입을 금한다는 것이다.
“절 진입로가 끝나는 곳에서 산행을 하시죠.” 그 길은 내키지 않는다. 그래서 들머리를 백련사 왼쪽으로 동백림을 지나 300미터 전 지점으로 변경했다. ‘깃대봉 0.92m’ 안내판을 이정표 삼아 조릿대 터널을 지나고 언덕을 하나 넘으면 헬기장이다.
이곳에서 구강포를 등지고 가파른 오르막을 20분 오르면 삼거리 주능선에 올라선다. 만덕산 최고봉 깃대봉까지는 0.54킬로미터.
앞으로의 진행 방향은 깃대봉 반대편 0.26킬로미터 떨어진 바람재쪽이다. 조릿대가 바람막이가 되는 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만덕산의 최고봉 깃대봉을 놓치기 싫어 일행을 두고 정재균씨와 함께 깃대봉에 올라섰다.
절 진입로 등산로를 택했다면 깃대봉을 거쳐 삼거리에 도착할 수 있지만 시간 절약을 위해 백련사 왼쪽 지능선을 택해 능선에 올랐던 것이다. 정상의 조망은 사방이 트여 시원하다.
필봉(190m)과 옥련사로 뻗은 암봉 능선과 강진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디디는 발걸음마다 충분히 감싸주는 솔잎 가득한 숲길
일행이 기다리고 있는 삼거리에서 다시 종주를 시작하여 5분 후 큰 바위봉을 만났다. 평평한 암봉 정상에 올라서면 만덕산의 능선이 크게 오른쪽으로 휘돌아 나감을 확인할 수 있다.
암봉을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서 완만한 능선을 20분 걸어 내려서면 240미터 높이의 바람재 안부 사거리다. 주능선을 가르는 길은 왼쪽 만덕사 기도원, 오른쪽 18번 국도로 이어지는 임도로 향하는 길이다. 안부에는 ‘용문사 4.51km’거리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백련사 원점 산행인 줄만 알고 따라 나선 정지승씨는 갈 길이 까마득한지 한숨을 내쉰다. 그 앞으로 한호석씨와 정재균, 김혜숙 부부가 아무 말 없이 앞장선다. 까마득해야 할 사람은 정재균씨다. 아침부터 말썽을 부리던 등산화 밑창이 너덜너덜해져 여간 불편해 보이는 게 아니다.
동갑내기 부부인 아내 김혜숙씨는 “자네 힘들겠구먼” 하며 그냥 웃어넘긴다. 맘으론 걱정될 터인데 오늘 산행을 마치기까지 견뎌야 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씨 신발 밑창의 잔해를 밟으며 걸음을 옮기니 무덤 한 기가 나타나고 곧 아홉 기가 나란히 자리 잡은 너른 무덤터를 지난다.
10분 후 통신탑이 있는 초소에 도착하면 넓은 산판길을 5분쯤 내려가다 왼쪽 산길로 들어선다. 이 길은 숲이 좋다. 등산화를 편히 감싸주는 솔잎이 디디는 발걸음의 충격을 완전히 흡수해 버린다.
이정표가 세워져 있을 만한 자리도 아닌데 정지승씨의 애타는 마음을 다그치듯 3.1킬로미터 거리를 알고 서있다. 길은 다시 무덤을 만나자 왼쪽으로 방향을 꺾어 경사가 심한 내리막을 이룬다.
허벅다리에 힘주어 내려서면 병 준 다음 약 주는 심보로 푸른 소나무 숲 사이로 길게 뻗었다. 소나무 밑동에는 마삭줄 덩굴이 못 오를 나무를 넘보듯 안간힘을 다해 가지를 감싸 오른다.
초보자도 충분히 갈 수 있는 암릉
솔숲을 통과하면 만덕산 종주 절정 코스인 암릉을 만난다. 암릉 왼쪽으로는 우회로가 있으나 암릉의 묘미를 아는 땅끝산악회 회원들은 모두 날등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 순간 이해덕 국장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돈다. 워킹에는 웬만큼 자심감을 보이던 김 국장은 고도감 느껴지는 암릉을 경험하지 못한 터라 두려움으로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초보자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곳이므로 이 국장의 발걸음을 도와주며 모두 암릉을 즐긴다. 300미터의 야트막한 암릉 구간이지만 바닷가 가까이 위치한 산이라 고도감이 있다. 이곳부터 길이 희미해진다.
백계남씨의 표지기가 이정표가 되지만 산행하는 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길은 오지산행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백씨의 이정표는 용문사까지 이어지므로 능선을 고집한다면 길 잃을 염려는 거의 없다. 바람재에서 7번째 봉우리에 올라서면 지능선을 완전히 잘라먹은 절개면이 왼쪽으로 보인다. 만덕광업 채광지다.
굉음을 내며 채광을 하는 기계음이 귀에 거슬린다. 채광지를 바라보며 모두 같은 걱정을 한다. ‘혹시 저 낭떠러지로 길이 연결되지는 않을까?’
산세로 보아 절개면이 등산로 방향에 있기 때문이다. 10분 후 오른 다음 봉우리에 올라서니 다행히 채광지는 지능선이었다.
하나를 넘으면 또 봉우리,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다시 하나 넘으면 또 봉우리, 배신감을 느끼며 넘은 봉우리 만도 4개째다.
묵묵히 앞장 서 가던 땅끝산악회 총무 한호석씨도 그제야 말문을 연다. 앞으로 넘을 봉우리 수가 궁금해져 오는 모양이다.
깃대봉에서 용문사까지 5.3킬로미터의 능선은 크고 작은 봉우리 9개를 넘어야 한다. 막바지에 이르면 맥이 풀리기는 하지만 밋밋한 능선 종주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병풍을 펼쳐 놓은 듯한 ‘병풍바위’ 왼쪽을 따라 내려서면 종주코스의 마지막 이정표가 있다.
‘만덕광업 채광지, 용문사 0.48km’ 마지막 아홉번째 봉우리에 올라서면 건너편 석문산 암봉이 석문 위로 솟아 멋지다. 석문은 말 그대로 석문이다. 해남 강진을 오가는 도로 양쪽에 우뚝 선 바위를 가리켜 이곳에서는 석문이라고 한다. 지붕만 없다 뿐이지 문의 형태는 고루 갖췄다.
길고 멀게만 느껴졌던 산행은 아홉번째 봉우리를 내려서면 날머리 용문사가 보이고 막바지에 이른다. 용문사를 내려다보며 너덜지대를 내려와 만나는 진달래가 무척 반갑다.
일찍 수줍게 핀 진달래 구경보다 등산화 밑창에 모든 신경이 쏠리는 정재균씨는 털썩 주저앉아 완전히 밑창을 떼버린다. 마치 텐트 슈즈 같다. 미끄러움을 견디지 못해 미끄러지기를 반복하다 용문사 약수터 왼쪽으로 빠져 나와 절룩거리며 용문사 주차장으로 빠른 걸음을 재촉한다.
절 앞마당에는 수선화가 노랗게 피어올랐다. 동백의 검붉은 색과는 너무도 상반되는 화사함이 눈을 자극할 정도로 부시다. 813번 지방도로 이어진 콘크리트길에는 매화나무에 꽃이 가득 달렸다. 백련사에서 용문사를 잇고 동백을 시작으로 매화로 마무리하는 봄맞이다운 산행을 한 듯하다.
<글|임현주 기자 사진|김남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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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대봉서 용문사까지 크고 작은 9개 봉우리 이어져
다산초당-(15분)-갈림길-(10분)-백련사-(10분)-헬기장-(20분)-능선-(10분)-깃대봉-(30분)-바람재-(20분)-통신탑-(30분)-암릉-(1시간)-용문사
백련사에서 만덕산 깃대봉을 오르는 길은 세 곳이 있다. 다산초당 쪽으로 300미터 지점, 지장전 뒷길, 절 진입로가 끝나는 지점이다. 지장전 뒷길은 스님이 다니는 길로 산행객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진입로 끝 지점은 깃대봉까지 800여 미터. 백련사 원점회귀 산행코스 들머리로 적당하다. 마지막 다산초당 방면 300미터 지점의 등산로는 용문사 종주 코스 들머리로 잡으면 된다. 다산초당에서 출발, 백련사를 거쳐 절 진입로 등산로를 이용해 깃대봉으로 오르는 것이 좋다.
하산은 바람재 갈림길에서 다시 백련사나 다산초당으로 내려설 수 있고 종주 산행을 원한다면 용문사로 잡으면 된다.
다산초당∼백련사∼만덕산 깃대봉∼바람재∼암릉∼용문사 코스는 6.8킬로미터로서 당일 종주 코스로 4시간 30분 걸린다.
최장 코스는 옥련사에서 필봉을 거쳐 깃대봉∼바람재∼용문사 코스로 8킬로미터에 달한다.
5박 6일 코스도 있다. 만덕산∼석문산∼덕룡산∼두륜산∼대둔산∼달마산∼도솔봉∼땅끝마을까지 46킬로미터에 달한다.
주변 볼거리 /
다산초당과 다산 유물전시관(☎061-430-3223)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18년 유배 생활의 흔적이 묻어 있는 곳이다.
1999년에 개관한 전시관은 영정, 다산연보, 가계도, 학통, 다산의 일생, 다산의 업적과 유물 등이 전시되어 있다.
입장료는 무료. 다산초당은 전시관 북쪽 700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다산 선생이 10년을 기거하며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의 저서를 완성한 곳이다.
다산의 대표적인 저서 흠흠신서와 아언각비는 유배에서 풀려나 고향 광주 마현마을에 돌아가 집필했다고 한다. 다조, 약천, 정석, 연지석가산을 일컬어 다산사경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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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초당과 강진터미널을 오가는 버스(☎061-433-5555)는 하루 10회(07:20, 09:40, 10:25, 11:30, 12:30, 14:00, 15:30, 17:15, 18:20, 19:20) 있다. 다산초당에서 강진터미널로 출발하는 버스는 하루 9회(06:10, 07:20, 08:20, 10:50, 12:20, 13:00, 14:40, 16:10, 18:00) 있다. 해남과 강진에서 다산초당으로 가려면 18번 국도를 이용한다. 두 군의 중간지점인 개나리휴게소에서 813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석문을 지나자마자 좌회전하면 다산초당 입구 귤동마을까지 갈 수 있다.
찻집 마당에서는 할미꽃을 비롯한 봄철 야생화도 즐길 수 있다. 강진과 해남에는 숙박시설과 유명한 한정식 집이 많다. 교통과 위치가 좋은 해남읍 관광호텔(☎061-533-9002)은 남도 여행하는 이들이 편히 이용하는 곳이다. 강진 맛집으로는 버스터미널 앞 명동식당(☎061-434-2147), 도룡리 설성식당(☎061-433-1282) 등의 한정식집과 별미 짱뚱어를 맛볼 수 있는 동해회관(☎061-433-1180)등이 있다. 해남 한정식집 진일관(☎061-532-9932)에서는 홍어회를 맛볼 수 있으며 닭불고기와 백숙이 일품인 장수통닭(☎061-535-1003)은 35000원으로 남도의 인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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