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 투어버스 타고 철새 탐조 | ||
“논둑의 거뭇거뭇한 것들은 다 새라고 보시면 됩니다. 기러기나 오리죠. 아, 보기 드문 흰기러기도 한마리 왔답니다. 그놈 보면 ‘운 좋구나’ 생각하시고 로또 사셔도 됩니다.” 버스가 논 사잇길로 접어들었다. 마이크를 쥔 문종오씨(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천수만생태안내자모임 회원)의 목에 힘이 들어갔다. 오후 3시 정각에 출발한 천수만 철새투어버스는 앞으로 2시간 동안 간월호를 한바퀴 돌며 철새를 탐조한다.
버스투어는 철새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철새 보호를 위해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천수만 간척지엔 차량 출입이 통제된다.
철새축제 행사장에 마련된 전망대나 7.7㎞ 길이의 천수만 방조제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 철새를 찾아보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02년 시작된 것이 버스투어. 서산시에서 지원하고 환경단체 회원들이 해설자로 동행하는 민·관 협력 생태투어 프로그램이다.
바람이 좀더 차가워지면 따뜻한 해남 고천암호로 이동할 것이다. 천수만에서 겨울을 나는 기러기, 오리에 이어 두루미와 독수리도 속속 날아오고 있다.
버스를 기다리며 천수만 생태관에서 ‘예습’했다. 천수만의 새는 300여종 40만마리. 그중 겨울철새가 100여종이다. 1회 투어에서 많게는 30여종을 볼 수 있다.
15분쯤 달리자 제1탐조대. 버스에서 나눠준 쌍안경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해설자 김은자씨가 60배율 망원경을 호수변에 세웠다.
100마리에서 최대 500마리까지 온다. 엊그제 60마리가 도착했다는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28호)와 겨울마다 4~6마리가 온다는 황새(천연기념물 199호)도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논에 지천으로 흩어져 있는 큰기러기도 멸종위기 2급.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조류 61종 중 49종이 천수만에 나타난다.
오죽하면 ‘천연’이나 ‘멸종’자가 붙지 않은 청둥오리나 흰뺨검둥오리는 ‘똥새’라고 부를 정도다. 저녁마다 ‘떼’를 지어 날아오르는 가창오리도 국제적 멸종위기종.
천수만, 금강하구, 해남 고천암호, 창원 주남저수지 등을 오간다. 특히 천수만은 간척지 논의 낱알이 풍부해 새들의 먹이가 많고, 은신처로 쓸 수 있는 갈대밭이 무성해 일찌감치 ‘천국’으로 자리잡았다.
다 익은 벼 추수하지 않기, 볏짚 남겨두기, 기러기 먹이가 되는 보리 재배하기 등이다. 새들을 놀래키지 않기 위해 버스도 지정 탐조대 3곳 외에는 정차할 수 없다. 탐조대는 볏짚을 3m 높이로 세워 가림막을 만들고 관찰용 구멍을 뚫어놓았다.
기껏해야 내 팔뚝 길이만한 조그만 오리들이 해금처럼 낑낑대고 울며 시베리아에서 여기까지 날아왔다니. 오리야, 기러기야, 너는 바이칼호의 푸른 물도 보고, 시베리아의 자작나무도 보았니. 돌아가는 길엔 나도 닐스처럼 네 목에 달고 멀리멀리 데려가 줄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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