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 먹으러 떠나는 안면도 하루 여행
대하 먹으러 떠나는 안면도 하루 여행
여행의 줄거움 중에서 먹거리에 특히 비중을 두는 이라면, 철마다 풍요로운 해산물이 넘쳐나는 서해안 안면도는 일단 감행해볼 만한 여행지다. 지금 이때라면 더욱. 사철 푸른 안면송의 향기와 갯바람 속에 앉아 싱싱한 대하의 고소하고 쫄깃한 맛을 입 안 가득 느껴볼 수 있는 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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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
끝도 없이 길게 드러난 갯벌을 따라 이름 모를 조개며 고둥을 줍다가 저 멀리 방송을 타고 울리는 내 이름을 듣고서야 날이 깊이 어두웠음을 깨달았던 추억도 바로 그곳에서였다. |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안면도를 향하며 먼 기억들을 되살려냈다. 당시에는 국도를 타고 태안반도를 지나 구불구불 한참을 달려서야 도착했던 안면도는 이제 서울에서 2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 서해안의 숨은 보석으로 불리던 예전처럼 아늑하고 원시적인 맛은 떨어졌지만, 대규모 리조트와 고급 펜션 단지가 들어서고 다양한 관광 상품이 개발되는 등 여행하기에는 보다 편리해져 제주나 경주에 버금가는 휴양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신선한 제철 대하를 먹기 위해’라는 이번 여행의 목표(?)에 따라 여행 일정을 먹을거리 중심으로 짰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출발해 서해대교를 건너 남당리 포구, 서산 A·B지구 방조제를 지나 간월도에서 점심을 먹은 후, 안면도 꽃지해수욕장과 자연 휴양림에 들러 백사장 포구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하루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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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까지 약 17만4천평 규모의 해양생태공원과 호텔, 휴양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휴게소만 문을 열고 있다. 한식, 양식, 뷔페부터 회까지 다양한 음식이 갖추어진 휴게소도 구경해볼 만하지만,
섬이니만큼 바다로 빙 둘러싸인 풍광이 멋지므로 서해대교를 지나면 꼭 들러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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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거르고 출발했다면 간단히 요기를 할 수도 있고, 배가 고프지 않다면 커피 한잔 마시면서 잠시 바닷바람을 쐬는 것도 좋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어떤 지역에서 출발했다 하더라도 넉넉잡고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행담도 휴게소에서 다시 1시간을 달리면 남당리 포구에 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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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이 아니라서 해변이 그다지 북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방치된 풍경도 그럭저럭 운치가 있다. 기자는 새우나 조개를 구워 먹는 허름한 불판이 마음에 쏙 들었는데 가운데가 뚫리고 석쇠가 올려진 네모난 돌판에 불 붙인 번개탄을 넣고 해산물을 올려 구워먹는 맛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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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 때는 엄연히 섬이지만 물이 빠지면 육지와 닿는 길이 생기기 때문에 걸어서도 간월암까지 갈 수가 있다. 그래서 간월암은 같은 하루 동안도 뭍이 되었다가 섬이 되었다가 한다. 마치 속세와 불도의 세계가 한 걸음 차라고 말하듯이.> |
이 일대는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데 겨울이면 노랑부리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등 천연기념물급의 희귀한 철새는 물론 청둥오리, 기러기 등 셀 수 없이 많은 철새들이 날아와 그 넓은 호수가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철새들로 뒤덮인다고 한다. 그 규모는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정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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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바로 내리는 싱싱한 해산물들을 바로바로 살 수도 있고 구매한 것들을 배 위에서 먹을 수도 있다. 일대에서 선상 음식점은 이곳이 유일하므로 흔들리는 배 위에서 기분을 내고 싶다면 이곳에서 식사를 할 것.
이성계의 왕사였던 무학대사가 처음 지었다고 하는데 바다에서 떠오르는 달을 보고 도를 깨우쳤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현재의 건물은 1914년 수덕사 주지인 만공 스님이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므로 맑은 날이라면 해질녘에 다시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혀가 얼얼해지도록 톡 쏘는 특유의 매콤한 양념에 쫄깃한 굴을 숙성시킨
어리굴젓은 왕에게까지 진상했다고 전해질 만큼 역사가 깊은 음식.
청국장을 포함해서 1인분에 8천원 정도 한다. 오전 8시쯤 출발했다면 이곳에
도착하면 점심 무렵이므로 영양굴밥으로 점심을 먹고 안면도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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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에는 10여 개에 달하는 해수욕장이 있는데 그중 꽃지해수욕장이 가장 유명하다.
백사장 길이가 3.2km에 달하며 수심이 완만할 뿐 아니라 물빛이 깨끗하고 수온도 적당해서 해수욕장으로서의 입지 조건이 좋기 때문이다.
이 바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몰이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일몰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데, 안면도 내에 있는 식당치고 이 바위를 배경으로 하는 일몰 사진 안 걸린 집이 드물 정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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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
포구
어부들과 상인들 사이에 즉석에서 경매가 이루어지는 것을 구경하고 경매가 이루어진 신선한 해산물을 바로 구입하는 것도 신나는 일. 위판장을 중심으로 가게와 음식점이 즐비하므로 천천히 구경하면서 대하를 구입하거나 식사를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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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건 흥정하기에 따라서 조금은 여지가
있으므로 재주껏 싼값에 좋은 해산물을 구입하는 맛을 느껴보길.
시간이 좀 일러 바로 돌아오기가 아쉽거나
하룻밤을 묵고 싶다면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기 전에 예산군에 있는 수덕사와 덕산온천 등지에 들러도 좋다. 백사장 포구에서 서울까지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바로 온다면 2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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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분위기 속에서 여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람이 많고 수요가
많아지면 그만큼 품질은 떨어지게 마련. 대하의 맛을 만끽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면 이 기간을 피해 가는 것이 오히려 현명할 수도 있다는 것이
인근 상인의 귀띔.
대하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칼슘과 각종 비타민, 타우린 등이 풍부하다. 혈압을 조절하고 심장병, 당뇨병 등 각종 성인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9월 15일경이면 품질 좋은 대하가 풍년을 이룬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어획량이 급격히 줄기 때문에 10월말까지를 대하철로 본다.
가격은 어획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양식은 1kg에 2만5천원 선, 자연산은 3만~3만5천원 가량 한다. 자연산에 비해 양식 대하는 가격 변동이 거의 없는 편이다.
10월이 되면 대하가 커지기 때문에 값이 조금 오르기도 한다. 가을 대하는 봄 대하의 새끼들로 봄 대하에 비해 크기는 좀 작지만 맛이 보다 쫄깃하다.
변산반도 곰소항
인천 소래포구
시장 안팎으로 횟집이 1백여 곳 정도 있고 시장 안에도 노천 횟집이나 난전이 즐비하므로 어디서든 대하를 구입해 바로 먹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