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따라서 훌쩍 떠나는 테마여정

대하 먹으러 떠나는 안면도 하루 여행

창현마을 2006. 9. 30. 08:57

 

대하 먹으러 떠나는 안면도 하루 여행

 

 

 

여행의 줄거움 중에서 먹거리에 특히 비중을 두는 이라면, 철마다 풍요로운 해산물이 넘쳐나는 서해안 안면도는 일단 감행해볼 만한 여행지다. 지금 이때라면 더욱. 사철 푸른 안면송의 향기와 갯바람 속에 앉아 싱싱한 대하의 고소하고 쫄깃한 맛을 입 안 가득 느껴볼 수 있는 철이기 때문이다.

 


안면도

힘차게 집게발을 휘두르는 산 꽃게를 고르시던 어머니, 그 게가 빨갛게 익는 동안 입맛을 다시며 수평선을 넘어가는 해를 배웅하던 유년의 기억.

 

끝도 없이 길게 드러난 갯벌을 따라 이름 모를 조개며 고둥을 줍다가 저 멀리 방송을 타고 울리는 내 이름을 듣고서야 날이 깊이 어두웠음을 깨달았던 추억도 바로 그곳에서였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안면도를 향하며 먼 기억들을 되살려냈다. 당시에는 국도를 타고 태안반도를 지나 구불구불 한참을 달려서야 도착했던 안면도는 이제 서울에서 2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 서해안의 숨은 보석으로 불리던 예전처럼 아늑하고 원시적인 맛은 떨어졌지만, 대규모 리조트와 고급 펜션 단지가 들어서고 다양한 관광 상품이 개발되는 등 여행하기에는 보다 편리해져 제주나 경주에 버금가는 휴양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신선한 제철 대하를 먹기 위해’라는 이번 여행의 목표(?)에 따라 여행 일정을 먹을거리 중심으로 짰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출발해 서해대교를 건너 남당리 포구, 서산 A·B지구 방조제를 지나 간월도에서 점심을 먹은 후, 안면도 꽃지해수욕장과 자연 휴양림에 들러 백사장 포구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하루 일정.

 

 

 



행담도


서해대교가 관통하는 작은 섬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서해대교를 건너다보면 작은 섬을 지나게 되는데, 갯벌을 매립해 대형 휴양지를 조성하기로 해서 주민과 환경 단체의 거센 반발이 있었던 행담도다.

 

2004년까지 약 17만4천평 규모의 해양생태공원과 호텔, 휴양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휴게소만 문을 열고 있다. 한식, 양식, 뷔페부터 회까지 다양한 음식이 갖추어진 휴게소도 구경해볼 만하지만, 섬이니만큼 바다로 빙 둘러싸인 풍광이 멋지므로 서해대교를 지나면 꼭 들러줄 것.

 

 

아침을 거르고 출발했다면 간단히 요기를 할 수도 있고, 배가 고프지 않다면 커피 한잔 마시면서 잠시 바닷바람을 쐬는 것도 좋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어떤 지역에서 출발했다 하더라도 넉넉잡고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행담도 휴게소에서 다시 1시간을 달리면 남당리 포구에 닿는다.



남당리 포구 


양식 대하 최대 집산지



남당리는 안면도로 들어가기 직전에 자리한 포구로 중요한 대하 집결지 중 하나. 한창때는 주말이면 차도 못 댈 정도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인근에 양식장이 많아 신선한 양식 대하의 물량이 특히 많다.


남당리 포구에 도착할 때쯤이면 식사를 하기엔 시간이 다소 애매하겠지만, 조용하고 운치 있는 식사를 원한다면 추천할 만한 지역이다. 포장을 씌운 가건물 형태의 노상 음식점들이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데, 돗자리를 깔아놓은 마루가 해변으로 확 트여 있어 야외 느낌이 난다. 백사장과 맞닿아 있어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바로 해변으로 나갈 수 있어 아이들을 놀게 하고 식사를 하기에도 좋다.

 

해수욕장이 아니라서 해변이 그다지 북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방치된 풍경도 그럭저럭 운치가 있다. 기자는 새우나 조개를 구워 먹는 허름한 불판이 마음에 쏙 들었는데 가운데가 뚫리고 석쇠가 올려진 네모난 돌판에 불 붙인 번개탄을 넣고 해산물을 올려 구워먹는 맛이 그만이다.



남당리 포구를 나와 반시간 정도면 천수만을 가로지르는 서산 A·B 방조제가 나타난다.


1983년 현대에서 천수만 간척사업을 벌여 섬과 육지를 연결한 8km에 이르는 거대한 간척지로, 폐 유조선으로 급류를 틀어막아 완성한 에피소드로 유명하다.

이 방조제는 비행기로 볍씨를 뿌릴 정도로 광활한 경작지와 갈대가 우거진 두 개의 넓은 호수를 만들어냈는데 이 호수들은 A지구, B지구라는 국적불명의 이름으로 불리다가 1994년 간월호와 부남호라는 정식 이름을 얻었다.

<밀물 때는 엄연히 섬이지만 물이 빠지면 육지와 닿는 길이 생기기 때문에 걸어서도 간월암까지 갈 수가 있다. 그래서 간월암은 같은 하루 동안도 뭍이 되었다가 섬이 되었다가 한다. 마치 속세와 불도의 세계가 한 걸음 차라고 말하듯이.>


 이 일대는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데 겨울이면 노랑부리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등 천연기념물급의 희귀한 철새는 물론 청둥오리, 기러기 등 셀 수 없이 많은 철새들이 날아와 그 넓은 호수가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철새들로 뒤덮인다고 한다. 그 규모는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정도라

 


간월도


어리굴젓과 굴밥, 간월암의 고장


간월도로 들어서자 도로 상태가 나빠진다.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를 흔들리며 가다보니 왼쪽으로 멀리까지 갯벌이 펼쳐져 있다.
썰물때라 물이 밀려난 자리를 끝도 보이지 않게 갯벌이 차지하고 있다. 질퍽하고 푹신한 갯벌에 발을 담그고 서 있자니 멀리서부터 흔들리며 다가오던 점 하나가 구부정한 허리를 쭉 편다.

 


갯벌을 다니며 고둥과 소라 같은 것들을 주워 담은 동네 노인이다. 그러고 보니 갯벌 곳곳에는 무언가를 줍는 사람들이 듬성듬성 눈에 띈다. 동네 사람들이 돌아가며 막으러 다니는 탓에 갯벌에서 무언가를 직접 잡아보려는 시도는 불가능하지만, 갯벌에 발을 묻고 서서 까마득한 수평선을 바라보는 기분은 썩 괜찮다.

 



진흙 범벅인 발의 뒤처리 때문에 갯벌에 들어가기를 망설이지는 말 것. 갯벌의 진흙은 발에 달라붙지 않고 발톱이나 발가락 사이에 끼지도 않는다. 고인 물에만 살짝 흔들어 씻어도 깨끗이 없어지므로, 생수 한 병에 티슈 몇 장이면 감쪽같이 발을 닦을 수 있다.

갯벌을 지나 섬 안쪽으로 돌아 들어가면 갖가지 젓갈을 파는 가게들을 지나 선상 횟집이 즐비한 선착장이 나온다. 썰물때는 뭍에 정박해 있는 배들이지만 밀물때면 엄연히 바다에 둥둥 떠 있는 배들이다.

 

 배에서 바로 내리는 싱싱한 해산물들을 바로바로 살 수도 있고 구매한 것들을 배 위에서 먹을 수도 있다. 일대에서 선상 음식점은 이곳이 유일하므로 흔들리는 배 위에서 기분을 내고 싶다면 이곳에서 식사를 할 것.



섬 안쪽으로 다시 돌아 들어오면 음식점들을 마주하고 간월암으로 통하는 작은 언덕이 보인다. 간월암은 작은 섬 하나가 암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밀물때는 섬이지만 썰물때는 걸어서 건너갈 수 있다.

 

 이성계의 왕사였던 무학대사가 처음 지었다고 하는데 바다에서 떠오르는 달을 보고 도를 깨우쳤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현재의 건물은 1914년 수덕사 주지인 만공 스님이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므로 맑은 날이라면 해질녘에 다시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간월도의 먹을거리로는 두 가지가 유명한데 바로 어리굴젓과 굴밥이다. 서해안의 굴은 조수간만의 차로 햇빛을 받는 기간이 다른 지역보다 길기 때문에 물 속에서 자란 대형 굴보다 맛이 훨씬 쫄깃하다고 한다.

 

혀가 얼얼해지도록 톡 쏘는 특유의 매콤한 양념에 쫄깃한 굴을 숙성시킨 어리굴젓은 왕에게까지 진상했다고 전해질 만큼 역사가 깊은 음식.


굴밥은 어리굴과 밤, 대추, 콩 등을 넣고 끓인 돌솥밥에 양념간장을 넣어 비벼먹는 음식. 김이 모락모락 나는 쫄깃한 굴을 푸짐하게 넣고 양념장과 함께 밥에 비벼먹는 맛은 굴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큼 별미다.

 

청국장을 포함해서 1인분에 8천원 정도 한다. 오전 8시쯤 출발했다면 이곳에 도착하면 점심 무렵이므로 영양굴밥으로 점심을 먹고 안면도로 출발한다.


안면도에는 10여 개에 달하는 해수욕장이 있는데 그중 꽃지해수욕장이 가장 유명하다.

 

 

백사장 길이가 3.2km에 달하며 수심이 완만할 뿐 아니라 물빛이 깨끗하고 수온도 적당해서 해수욕장으로서의 입지 조건이 좋기 때문이다.



해변 오른편으로 보이는 두 개의 봉우리 섬인 할매 할아배 바위는 남편을 기다리다 죽어서 바위가 된 아내의 전설을 가지고 있어서 커플들의 언약 장소로도 유명하다.

 

이 바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몰이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일몰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데, 안면도 내에 있는 식당치고 이 바위를 배경으로 하는 일몰 사진 안 걸린 집이 드물 정도라고.


꽃지해수욕장에서 바다 구경을 하고 시간이 남는다면 꽃지해수욕장 바로 뒤편에 자리한 안면도 자연 휴양림에 들른다. 날씬하고 곧게 뻗은 붉은 소나무숲은 조선시대부터 특별히 보호해온 안면도 특유의 산림자원으로, 현재 유전자 보존림으로 지정되어 있다.

 

 




백사장 포구
대한민국 최대의 대하 꽃게 집산지

저녁 먹을 때가 되면 백사장 포구로 향한다. 굳이 자연산 대하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면 꽃지해수욕장 가까이에 있는 방포항도 괜찮다. 작은 항구지만 횟집과 포장마차 등이 많고 주차도 편리하다. 백사장 포구와 가격도 비슷하다. 방포항은 대하보다 꽃게 집산지로 유명하므로 싱싱한 꽃게를 먹고자 한다면 멀리 갈 것 없이 방포항에서 자리 잡을 것. 최근에 새로 지은 깨끗한 숙박시설이 많으므로 예약하지 않고 숙박을 원한다면 방포항 쪽이 좋다.

백사장 포구는 안면도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만나는 포구이자 안면도에서 가장 큰 항구다. 안면도에서 생산되는 대하는 충청남도 총 생산량의 70%에 달한다고 하는데 백사장 포구는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대하가 출하되는 지역. 전국 생산량의 50% 이상을 공급하는 곳으로 특히 자연산 대하의 집산지다.



한창 대하철에는 배에서 바로 내리는 싱싱한 자연산 대하와 꽃게를 구입하려는 위판장 상인들과 때맞춰 나온 객지인들까지 가세해 포구가 분주하기 그지없다.

 

어부들과 상인들 사이에 즉석에서 경매가 이루어지는 것을 구경하고 경매가 이루어진 신선한 해산물을 바로 구입하는 것도 신나는 일. 위판장을 중심으로 가게와 음식점이 즐비하므로 천천히 구경하면서 대하를 구입하거나 식사를 하면 된다.



양식 대하 1kg을 2만5천원에 구입했는데 손가락 두세 개는 겹쳐놓은 것처럼 제법 통통한 대하가 16마리였다. 꽃게 2kg(네 마리)을 3만원에 사왔는데, 그다지 싼 가격은 아니지만, 어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기자는 어머니에게서 그 시절 이후 그렇게 굵고 좋은 꽃게는 처음이라는 치하를 들었다.

 

어쨌건 흥정하기에 따라서 조금은 여지가 있으므로 재주껏 싼값에 좋은 해산물을 구입하는 맛을 느껴보길.

백사장 포구에서 저녁을 먹고 쇼핑을 끝마쳤다면 슬슬 서울로 돌아오는 걸음을 재촉한다.

 

 

시간이 좀 일러 바로 돌아오기가 아쉽거나 하룻밤을 묵고 싶다면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기 전에 예산군에 있는 수덕사와 덕산온천 등지에 들러도 좋다. 백사장 포구에서 서울까지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바로 온다면 2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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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 백사장대하축제

 


백사장 포구에서는 해마다 대하 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백사장 대하 축제는 10월 2~16일까지 15일간 개최될 예정이다. 축제 기간에는 다양한 볼거리와 이벤트가 마련돼, 경매를 통해 싱싱한 대하를 값싸게 구입할 수도 있고, 대하 먹기·까기 대회 등을 통해 무료 시식을 할 수도 있다.

 

축제 분위기 속에서 여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람이 많고 수요가 많아지면 그만큼 품질은 떨어지게 마련. 대하의 맛을 만끽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면 이 기간을 피해 가는 것이 오히려 현명할 수도 있다는 것이 인근 상인의 귀띔.

 

 


대하와 꽃게는 9월 중순부터 10월말까지고 최고

 

대하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칼슘과 각종 비타민, 타우린 등이 풍부하다. 혈압을 조절하고 심장병, 당뇨병 등 각종 성인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9월 15일경이면 품질 좋은 대하가 풍년을 이룬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어획량이 급격히 줄기 때문에 10월말까지를 대하철로 본다.

 

가격은 어획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양식은 1kg에 2만5천원 선, 자연산은 3만~3만5천원 가량 한다. 자연산에 비해 양식 대하는 가격 변동이 거의 없는 편이다.

 

10월이 되면 대하가 커지기 때문에 값이 조금 오르기도 한다. 가을 대하는 봄 대하의 새끼들로 봄 대하에 비해 크기는 좀 작지만 맛이 보다 쫄깃하다.

 

 

 


대하 명소 몇 군데 더

 

강화 석모도


석모도에 하나밖에 없는 민머루해수욕장 초입에 있던 한일 염전이 대하 양식장으로 바뀌어 싱싱한 대하를 싼값에 맛볼 수 있다. 안면도와 함께 대하 산지로 가장 유명한 지역이다.

 

 

변산반도 곰소항


곰소항과 왕포항 일대에 대규모 대하 양식장이 있어 대하를 직접 구입할 수 있다. 변산반도 일대에는 격포, 내소사 등 여행 명소가 많으므로 여행을 즐기기에 좋은 코스다. 내소사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10월말경에 추천할 만한 여행지.

 

 

인천 소래포구


인천 앞바다에서 잡은 각종 해산물들을 직거래하는 소래 포구는 10월 중순경이면 대하를 먹기 위한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시장 안팎으로 횟집이 1백여 곳 정도 있고 시장 안에도 노천 횟집이나 난전이 즐비하므로 어디서든 대하를 구입해 바로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