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암만을 끼고 도는 창원의 짧은 해안선은 두산중공업 옆 귀산동 용호-석교
마을에서 잠깐 사람들을 부른다. 어디는 부두라고, 또 어디는 공장이라고 접근하지 못했던 해안이었다. 용호마을 일대는 마산·창원 시민들의
낚시터이기도 하다.
볼락이나 노래미, 도다리가 심심찮게 잡힌다. 대방동에서 온 낚시꾼은
“마산만도 물 많이 좋아졌지예. 잡히는 고기가 점점 더 검은 때를 벗는다 아입니꺼. 어떨 때는 밑바닥까지 보이는데예!” “잡힌 고기로 뭘
하십니꺼” 했더니 “직접 회 쳐묵지예!” 했다. 용호-석교 중간지점에서 세계 최고로 높다는 마창대교의 교각을 바라본다. 과연 하늘을 찌르지만
쉽게 가늠할 수 없다. 주탑의 높이가 164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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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불모산에서 바라본 진해 앞 다도해 전경.사진/유은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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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해안
석교마을은 창원과
진해 해안선의 경계가 된다. 해안이 다시 사람들의 품을 떠나는 곳이기도 하다. 해군 군사지역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시작되는 군사지역은 약
10㎞를 지나 진해 안곡동 해군사관학교 끄트머리에서 끝난다. 육지에는 철망이, 바다에는 빨간색의 기나긴 부위가 출입을 막고 있다.
경계지역에서 한 고개 너머 보이는 곳이 문제의 ‘소모도’다. 본디 섬이었지만
30여년전 군사적 목적의 매립으로 육지와 연결됐다. 문제라고 한 이유는 이 매립으로 마산만의 한쪽 물길이 막혀, 결과적으로 만 오염의 한
원인으로 진단되기 때문. 석교의 70대 노인은 “아이고 그 섬이야 우린 기억도 못하제. 묶인 지가 언젠데…” 했다. “50년 전에도 마을 너머
바다는 군사지역이었어.
거기 들어갔다가 벌금 내고, 잡혀가고 그래 했지.” 한때 마산을 중심으로
다시 물길을 틔워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던 소모도 매립지 문제에 대해 해군기지사령부 관계자는 “지금은 별 다른 움직임이 없는데요. 매립된
땅을 어떻게 하기가 어렵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군사지역이 끝나는 안곡동의 해안을 찾으려면 바다와 떨어진 육지의 도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다 같이 속천에 포함된다는 안곡동 대죽동 입구. ‘이제야 해안이 사람들 것이려나’ 했지만 그런 게 아닌 모양이다. 마을 곳곳의
현수막에 ‘소음 분진 때문에 못살겠다.
진해중공업은 작업을 중단하라’고 씌어 있다. 선박을 용접하고 도색하는
공정으로 인해 이곳 민심이 흉흉해진지 오래라고 한다. 곡절 끝에 닿은 속천 해안의 끝. 창원의 석교처럼 철조망이 육지를, 바다를 갈랐다. 그러나
속천에서 느낄 수 있는 건 새삼스레 ‘군사지역’에 대한 감상이 아니다.
△ 행암만을 둘러친 콘크리트
도로
진해시는 속천부터 행암까지 광활한 행암만 주변의 해안을 콘크리트 제방과 해안으로 완벽하게 둘러쳤다. 바다와
면한 부분 역시 대리석 석축으로 일관된다. 해안이 군사지역에서 벗어난 안곡동의 바다에서 그 광경을 바라볼 수 있다.
석축의 콘크리트 해안은 속천의 거제-진해 여객선터미널에서 경화동까지 최근에
완공됐다. 환경시설사업소가 있는 이동의 해안도로는 이미 5년을 넘겼고, 다시 도로가 연결되는 장천까지 1㎞가 넘는 길이에는 지금 해안도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해안 산책로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시민들의 반응도 좋다. 일직선의 도로 개설로 도심 가용지도 늘어났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다에다 곧바로 콘크리트 해안도로를 내는 건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전면이
석축이든 직벽이든, 그 차이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자연 해안이 어디 그렇습니까? 바다가 있고, 갯벌이 있고, 갈대숲이 있고, 또 그 뒤에 사람
다니는 길이 있고 안 그렇습니까. 도로를 만들고 건물을 만들려면 또 그 도로 뒤에 만들어야지요. 왜 일본사람들이 콘크리트로 둘러쳐졌던 동경만의
해안을 다시 뜯어내겠습니까?” - 경남대학교 연안역 폐자원 및 환경연구센터 이찬원 교수.
이에 대해 진해시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일단
속천에서 행암에 이르는 해안도로의 구조를 “바깥쪽에 석축 방조제를 쌓고 다음에 도로를 만드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공사 전에 ‘자연해안’의
복원이 검토됐는지에 대해서는 “자연해안을 복원하기에는 어려운 조건이었다”며 이미 상당부분 매립이 진행됐고, 일부 지역에 군부대까지 있다”고
밝혔다.
콘크리트 도로로 차단된 바다에도 갯벌은 남아있다. 경화동과 이동의 경계지점에는 ‘해안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갯지렁이
채취와 폐기물 투기가 금지돼 있다. 넓디넓은 갯벌에는 점이 흐느적거리듯 움직이는 아낙네들의 개발 잡이가 한창이다.
막 작업에
나서려던 한 아낙네는 “개발이 점점 더 없어집니더. 물 때문이지예. 하천에서 흐르는 물이 깨끗해져야 데예!” 생태보호구역의 여지가 더 있는
셈이다. 이동 쪽 도심에서 진해만으로 흐르는 바다 어귀와 하천이다. 이곳이 자연하천으로 보존돼 용수까지 깨끗해진다면 생태보호구역의 의미가 조금
더 살 것이다.
△ 신항
매립지로 다시 압도된 해안
행암과
수치, 명동의 바다는 마산·창원 등 중부경남 사람들에게는 익숙하다. 명동의 해양공원에 4월말 들어선 ‘해양생물테마파크’는 그중 새로운 존재다.
앞서 이름을 알렸던 군함전시관이나 해전사박물관과 함께 ‘트로이카’가 될 것 같다.
삼포에 이어 괴정마을. 여기서 바다는 다시
인공에 압도된다. 과연 그럴지 모를 일이지만. 괴정에서 시작된 거대한 제방은 웃꼬지·아랫꼬지 두 섬의 코를 끼우고, 더 큰 섬 ‘수도’까지
급기야 뭍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매립된 땅이 족히 100만평은 넘으리라. ‘부산진해 신항’ 공사로 이미 뭍으로 바뀐 옛 바다다.
여기까지가 다가 아니다. 역시 섬이었던 ‘올미’로, ‘솔섬’으로 이어진
매립지는 안골까지 끝이 보이지 않게 계속됐다. 물론 단번에 된 건 아니다. 수도 앞의 경우 10년 가까운 공사 끝에 지난 2004년 말 뭍이
됐다. 주민 정현조(67)씨의 회상은 공허하다. “피조개 새조개가 끝없이 났던 황금 양식장 아니었습니꺼. 바다가 사라졌지만 꿈엔 아직도
바다예요. 보상도 미미했고. 지금까진 득 된 게 없는데 앞으론 일자리라도 갖다줄지….”
이일균 기자 -
경남도민.06/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