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산 1 ; 경북 포항 ( 보경사 )
< 내연산 1 >
포항 내연산 12폭포에 같이 가자는 직장 동료의 말에 나는 귀가 솔깃했다. 음악을 하는 친구들과 거기로 놀러 가는데 꼽사리를
끼라는 거였다. 나는 신이 나서 어깨춤이라도 추고 싶은 마음으로 지난 25일 아침에 그들을 따라나섰다. 사실 올해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한
달에 한 번은 토요일 아침을 고스란히 얻게 된 셈이다. 그 금싸라기 같은 시간을 집에서 보내기에는 왠지 아까운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
우리 일행은 아침 9시 조금 넘어 마산에서 출발했다. 3시간을 차 안에서 보낸 끝에 포항시에 도착했다. 일단 회덮밥으로
점심을 하고 내연산 연봉에 둘러싸여 있는 보경사(경북 포항시 송라면)로 향했다.
내연산은 기암 절벽으로 이루어진 계곡과 12개의
폭포가 이어지면서 절경으로 꼽힌다. 보경사를 거쳐 제1폭포인 상생폭포를 향해 걸었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날씨가 무더웠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얼굴도 확확 달아올랐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로 걷고 싶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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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연산 12폭포 중 제1폭포인 상생폭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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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를 느끼며 그렇게 한참 걷는데 드디어 상생폭포가 나왔다! 상생폭포를 바라보며 가족끼리, 친구끼리 모여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는 모습이 시원스럽게 와 닿았다. 그리고 멀리서도 눈에 띄는 먹음직한 수박! 나는 한 조각이라도 얻어 먹고 싶은 생각이 꿀떡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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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폭포인 관음폭포. 쌍폭이다. 관음폭포 위로 놓인 구름다리를 건너면 연산폭포가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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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음폭포. |
내연산 12폭포에서 우리 일행에게 주어진 시간은 2시간 정도. 그래서 나는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는 제6폭포인 관음폭포와 제7폭포인
연산폭포를 보기 위해 서둘렀다. 기이한 형태의 관음폭포는 쌍폭으로 관음굴, 층암절벽과 어우러져 사람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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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폭포인 연산폭포. |
관음폭포 위로 조금 출렁대는 구름다리를 건너면 연산폭포가 위엄이 있으면서도 우아한 자태를 드러낸다.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했다.
그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은폭포
나는 제8폭포인 은폭포가 있는 곳으로 계속 오르고 싶었지만 너무 늦을 것 같았다. 못내 아쉽지만 보경사로 다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늦지 않으려고 급하게 가다 더위를 먹어 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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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경사 경내. 적광전 앞에 5층석탑(5m)이 있다. |
우리는 이제 운제산 기슭에 있는 오어사(포항시 오천읍 항사리)로 갔다. 처음에는 항사사로 불렀던 오어사는 신라 진평왕 때 창건된 사찰로
이름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원효와 혜공이 수도하다 어느 날 법력으로 개천의 고기를 생환하게 하는 시합을 했단다. 한 마리가 살아
힘차게 헤엄을 치자, 서로 자기가 살린 고기라고 우겼다고 하여 그 때부터 붙여진 이름이 오어사(吾魚寺)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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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어사 경내. 어떤 스님이 보리수나무라고 말해 주었다. |
아담하고 정감 넘치는 오어사가 참 마음에 들었다. 비록 절 옆으로 오어호라는 깊은 저수지가 말라 버려 조금은 안타까웠지만 말이다. 어떤
스님이 염주나무라고도 하는 모감주나무, 보리수나무, 그리고 배롱나무를 가르쳐 주었다. 배롱나무는 백일홍나무로, 또 나무껍질을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 하여 간즈름나무로도 불리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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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어사 경내. 배롱나무(오른쪽)와 대웅전(왼쪽) 뒷부분이 보인다. |
우리는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영일만 호미곶(대보면)으로 이동을 했다. 날씨가 무더워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놀러나와
있었다. 진한 바다 냄새를 풍기며 파도가 시원스럽게 철썩대는 호미곶 앞바다는 한 마디로 장관이었다. 그리고 바다 냄새를 맡으면 나는 늘 고향의
정겨움이 떠오르는 것 같아 마음이 포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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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미곶 앞바다에 있는 '상생의 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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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미곶 해맞이 광장에 있는 '상생의 손'. |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호미곶의 백미로 해맞이를 꼽겠지만 그건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호미곶의 압권은 사람의 양손을
따로 바다와 육지에 서로 마주 보는 형상으로 설치한 조형물인 '상생의 손'일 것 같다. 상생과 화합을 상징한다는 청동 소재의 그 손을 보는 순간
누구라도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감탄사가 절로 나올 것이다. 지난해 1월 1일 이곳에서 개최된 '한민족해맞이축전'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먹을
떡국을 끓였다는 가마솥(2만인분)도 나의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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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한민족해맞이축전' 행사 때 특수 제작된 가마솥(2만인분, 4t). 지름3.3m, 깊이1.3m, 둘레10.3m이다. |
동료 덕분에 하루를 벅찬 감동으로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무의미하게 되풀이되는 듯한 사소한 일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얼마간은 단조로운 생활에서 느껴지는 행복을 깊게 맛보리라.
출처 : 한국의 산천님 , 일부사진 - 두류님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