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따라서 훌쩍 떠나는 테마여정

사랑의 복수심을 예술로 승화(?)

창현마을 2010. 5. 11. 08:37

 

 

 

 

사랑의 복수심을 예술로 승화(?)

 

 

강화도 전등사의 대웅전 처마를 떠받치고 있는 나부상(裸婦像)에 관한 이야기다.

이 나부상은 벌거벗은 여인의 형상을 하고 있는 데 일설은 원숭이라는 얘기도

있다.

 

아마도 원숭이가 사자나 용과 마찬가지로 불교를 수호하는 짐승으로서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의 사찰에 모셔지기 때문일 것이리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과 특히 이곳 사찰에서도 여인 형상이라는 데로 의견들이

모아진다.  (사찰은 홍보 효과가 그만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같고..)

 

얘기는 전등사가 여러번 화재등으로 인해 중건을 거치면서 지금의 대웅전이

지어진 17세기말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절 중건시 건축가인 한 도편수의 애증에 관한 전설이 이 나부상에 드리워져

있는 데.......  이러하다

 

당시 나라에서 손꼽히는 이 도편수가 대웅보전 건축을 지휘하고 있었다.

고향에서 멀리 떠나온 그는 공사 도중 사하촌의 한 주막을 드나들며 그곳 주모와

눈이 맞았다.

사랑에 눈이 먼 도편수는 돈이 생길 때마다 주모에게 모조리 건네주었다.
“어서 불사 끝내시구 살림 차려요.”
“좋소. 우리 그림 같은 집 한 채 짓고 오순도순 살아봅시다.”

도편수는 주모와 함께 살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대웅보전 불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사 막바지에 이른 어느 날 그 주막으로 찾아가보니 여인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며칠 전에 야반도주를 했수. 찾을 생각일랑 아예 마시우.”
이웃집 여자가 말했다.

도편수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여인에 대한 배반감과 분노 때문에 일손이 잡히지 않았고 잠도 오지 않았다.

그래도 도편수는 마음을 다잡고 대웅전 공사를 마무리했다.

공사가 끝나갈 무렵 대웅전의 처마 네 군데에는 벌거벗은 여인이

지붕을 떠받치는 조각이 만들어졌다.

이것이 전등사 대웅보전에 얽힌 전설이다.

이 나부상이 더욱 재미있는 것은 네 가지 조각이 제각각 다른 모습이라는 점이다.

옷을 걸친 것도 있고 왼손이나 오른손으로만 처마를 떠받든 조각도 있으며 두 손

모두 올린 것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체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신성한 법당에 웬 벌거벗은 여인인가 하고

의아하고  궁금하게 여겨지기에 나름대로 이를 풀이해보자면,

 

부처님을 모신 성스러운 전각이지만 그런 조각상을 세울 당시 도편수의 익살과 풍자,

그리고 그러한 파격을 기꺼이 받아들일 줄 아는 전등사 스님들의 자비로운 마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리라.

과연 그 대웅전을 중건했던 도편수나 스님들은 무슨 생각으로 나부상을 올려놓았던

것일까?  이곳에 배어있는 철학은 어떤 것일까
단순히 사랑을 배신하고 욕심에 눈 먼 여인을 징벌(?)하고자 하는 복수심의 발로일까?

아마도 본 블로거의 생각으로는  그 뜻만은 아닌 것 같다.

도망간 여인이 잘못을 참회하고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가라는 염원도 깃들어 애증이

함께 교차 했으리라고 보여진다.

 

또 그런 조각상을 보게 될 후대의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자비로운 마음을 본받으라는

뜻도  담겨 있으리라.
그렇기에 전등사 대웅보전의 나부상은 보면 볼수록 여러 가지 교훈을 일깨우게

만드는 것 같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아무튼 전등사를 유명하게 만드는 홍보효과만큼은 이보다도

더 좋은  소스가 없으리라!

 

 

 

 

 

 

 

 

 

 

 

 

 

 

 

 

 

 

 

 

 

 

 

 

 

 

 

 

 

 

 

 

 

 

 

 

 

 

 

 

 

 

 

 

 

 

 

 

 

 

 

 

 

 

 

 대웅전 뒷곁에 핀 매화

 

 

 

 

 

 

 

 

 

 

 

 

 

 

 

 

 

 

 

 

 

 

 

 

 

 

 

 

 

 

 

 

 

 

 

 

 

 

 

 

 

 

 

 

 

 

 

 

 

대웅보전 뒤뜰에 핀 홍매화

 

 

 

 

 

 

 

 

 

 

 

 

뒤뜰 금낭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