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따라서 훌쩍 떠나는 테마여정

여름 휴가철을 수놓을 전국의 오지마을 4 ; 울진 '왕피리'

창현마을 2007. 7. 13. 14:46

 

 

 

여름 휴가철을 수놓을 전국의  오지마을 4

 

                                         ;  울진 '왕피리'  

 

 1)  왕피리


경상북도 울진군 서면 왕피리는 오지치고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주민수가 격감하는 것이 오지의 운명인데 이곳만은 유달리 주민수가 줄지 않고 오히려 고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그런 곳이다. 길목은 맑고 깨끗한 왕피천이 흐르면 허물어진 굴피집도 볼 수 있다.

왕피리로 넘어가는 길목인 통고산의 박달대는 통곡하며 넘어가는 고갯길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다. 왕피리에서 통곡하며 박달재를 넘는 주인공은 고려의 공민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건적을 피해 피난을 왔던 공민왕이 안동과 영양까지 피난을 왔다가 이 고개를 넘으며 통곡을 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왕피천은 양쪽이 절벽인데다 여러 곳에 깊은 웅덩이가 패어 있어 지나다니기가 매우 어려운 곳이다.

왕피리를 찾는 방법은 봉화행 버스를 타고 불영계곡을 거슬러 오르다가 삼근리에 하차. 두어 시간을 걸어야 박달재에 오를 수 있다. 삼근에서 왕피리까지 가는 버스는 하루에 한차례 밖에 다니지 않는다. 버스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대부분 걸어서 간다.

30리 길을 걸어야 한천마을까지 다다를 수 있는데 험준한 산세가 보여주는 다양한 풍경을 구경 할 수 있다. 직선거리는 불과 20리밖에 되지 않지만 산이 가로막혀 산을 돌아가게 되어 걸어야 하는 거리가 멀어진 것이다.

주민들은 지름길을 따라 익숙한 발걸음으로는 두 시간 걸린다고 하지만 초행길인 사람들은 찻길을 따라 걷게되면 박달재에 오르는 데만도 두시간이 걸린다. 박달재 일대는 춘양목 자생지로 유명하다.

한 나무에서 전봇대 3개를 끓어내도 아래 위를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곧게 자란다는 춘양목이 울창한 숲을 이루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고갯마루를 올라서면 왕피천 오지를 감싼 주변의 산군이 펼쳐진다.

한국이 산이 많은 나라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동쪽의 대령산, 남서쪽의 금장산과 만나서는 태백산맥의 일월산 등이 첩첩으로 싸여 있다. 박달재에서 남쪽 산록의 급사면을 곧추 내려가면 안골마을이 나온다.

이곳부터가 왕피리다. 왕피리의 본 마을은 안골마을에서 내려가는 지류가 왕피천과 마주치는 지점에 있는 거리골이다. 거리골은 오지마을의 전형적인 모습이 덜하다. 오지마을의 전형을 보고싶다면 통고산 동쪽기슭에 있는 장재터로 향한다. 능선위로 올라서 고갯마루를 넘으면 장재터가 시작된다.

장재터는 원래 광산촌이다. 그러나 광산들이 폐광되면서 주민들이 이곳을 떠나 오지답게 주민 수가 적다. 장재라는 지명은 이 일대에 주석노다지 광이 있어 큰돈벌이 되는 곳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계곡이 협소하고 물 사정이 넉넉지 않아 땅을 일구며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마을의 느낌은 삭막하다. 농토가 없고 대신 분교 운동장의 녹슬은 슬레트 지붕만이 덩그러니 보인다. 왕피리 안쪽에 위치한 동수곡을 가는 길목은 맑고 깨끗한 왕피천이 흐른다. 길가에는 허물어진 굴피집이 있다.

동수곡에서 한천 마을까지는 약6Km 그 구간은 무인지경이의 원시림이 펼쳐진다. 양안은 거의 절벽으로 일어서 있고 통로는 개울 안으로 이어진다. 가끔 넓어지는 곳마다 집터가 있을 뿐 사람들이 전혀 살지 않는다.

한천으로 들어서면 풍경이 완전히 달라진다. 춘양목이 하늘을 가린 고갯마루에 펼쳐지는 양한천 일대의 정경은 한국 오지마을의 전형을 이룬다. 수석 같은 기암으로 이뤄진 하안을 따라 굽이치는 물 맑은 왕피천에 내려다보이는 양지바른 남향에 옹기종기 터를 잡고있는 농가들. 우리네 한국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그리는 그런 마을의 모습을 왕피리는 간직하고 있다. 찾아가는 길 왕피리는 울진읍에서 30Km 정도 떨어져 있다.

▶ 찾아가는 길
울진 보다는 영주를 경유 하는게 편하다. 영주에서 울진행 버스를 타고 서면 삼근리에 하차하면 된다. 삼근에서 왕피리로 들어가는 버스는 하루 한차례 밖에 없다. 도보로 갈 경우 삼근에서 왕피초등학교까지 4-5시간 정도 걸린다. 산으로 들러가지 말고 찻길을 따라 우회를 해야 한다.

삼근에서 동수골까지는 4시간 소요. 삼근에서 박달재를 넘어 학교 건너편 안마을로 들어서 남쪽으로 가로막은 능선길로 들어서면 다소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2) 왕피천 (王避川)

경북 영양군 수비면(首比面)에서 발원하여 동해로 흘러드는 길이 60.95km, 유역면적 513.71㎢의 하천이다.



왕피천(王避川: 왕이 피신해 살던 마을 앞을 흐르는 물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은 울진군 서면과 근남면을 거쳐 동해로 흘러드는 하천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자연생태계 지역으로 동강보다 훨씬 큰 규모다.
왕피천은 남한의 마지막 남은 오지이자 자연유산으로 꼽힌다. 그가 품고 있는 생태적 가치와 자연자원적 중요성도 매우 크다. 왕피천의 하류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으로 연어와 은어가 집단으로 회귀하고 수달과 산양을 비롯한 주요 멸종위기 동물들이 가장 안정적으로 뛰노는 남한 제일의 야생낙원이다.

왕피천은 영양에서 시작하여 첩첩산중 긴 물길을 형성하며 울진을 통해 동해바다로 흘러가는 인간의 접근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오지중의 오지이다.

왕피천을 접근하는 방법으로는 1, 울진 성류굴쪽에서 거슬러 올라가는 방법. 2. 울진 서면(삼근리)에서 진입하여 왕피리에서 내려가는 방법. 3, 영양쪽 장수포천에서 접근하는 방법이 있으나 아직까지 어디로 접근하던지 완벽한 길이 없다. 따라서 바위를 타거나 산을 오르거나 물에 빠지고 건너면서 트래킹을 해야 한다.


 

※ 경북 울진·영양군 왕피천 유역 일대(3000만평 국내 최대규모)가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다. 내년까지 고시


 

환경부는 12일 “멸종위기 동식물이 대거 서식하고 있는 울진군 왕피천 유역 및 통고산·천축산·대령산 자락을 포함하는 102.84㎢(3000여만평)를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지정된 지역은 서울 여의도 면적(90여만평)의 35배,2002년 지정된 동강 생태계보전지역의 1.6배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다.


 

개발행위가 가장 엄격히 제한되는 핵심구역은 45.35㎢ 지정됐으며, 완충구역 55.64㎢, 전이구역 1.85㎢ 등이다. 이 가운데 핵심구역에 대해선 오는 14일 지정고시하고 나머지 구역은 내년에 고시할 계획이다.
왕피천 유역은 녹지자연도 8등급 이상 지역이 전체의 95%가 넘을 정도로 식생 및 자연경관이 우수하고 수달·산양·매·삵·담비 등 다수의 멸종위기종과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 유독물 투기, 인화물질 소지, 지정장소 이외 취사·야영, 야생동식물 서식지 훼손 등 행위가 금지되고 건축물 신·증축을 비롯, 토지형질변경·토석채취·야생동식물 포획 등도 제한된다.

왕피천 가는길
울진읍에서 7번국도를 타고 남쪽, 즉 성류굴가는길로 내려가면 성류굴지나서 500m쯤(이곳이 노음리)에 서쪽방향으로 나가는 포장도로가 있다. 입구에 구산리라는 표지판이 보이고 "왕피천관광농원"이란 표지판도 있다.
이 표지판을 따라 2차선 포장도로를 따라 1Km 가면 왼쪽에 "왕피천관광농원 5km"라고 쓴 표지판이 있다. 이 표지판을 따라 계속 가면된다. 여기서부터는 콘크리트 좁은길과 비포장길이 나타나고 계속가면 구고동이란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구고동마을을 지나 좁은 산길을 1km 쯤 가면 상천이란 마을이 나오는데, 다 빈집이다. 길이 끝나는 지점까지 가면 새로지은 별장같은게 보이고 그쯤에 차를 세우면 된다. 이제 걸어서 500m 쯤 가면 왕피천 계곡에 도착하게 된다.




물 깊은 용소는 산길로 우회해야 안전
장마철이나 집중호우 예상시 접근하지 말아야

왕피천의 골칫거리이자 묘미는 바로 교통편이다. 워낙 오지라 대중교통편이 없다. 울진군 서면 소재지인 삼근리에서 박달재 넘어 왕피리까지는 약 13km . 도보로 약 3~4시간이 걸리고 울진에서 택시를 타면 요금이 약 50,000원정도 나온다.

상류인 왕피리 속사마을과 하류인 구산동 상천동 어느쪽에서 시작하든 다시 간길을 되밟아 나오는것이 좋다. 이 두 마을의 거리는 약 5km . 왕복하면 10km 쯤 되는 만만치 않은 거리이다.

중간에 야영할 만한 곳은 제법있으나 탈출로가 만만치 않아 집중호우나 장마철에는 야영을 피하는것이 좋다.

왕피천 비경지대인 상천동~ 속사마을 구간을 왕복하는데에는 도보만 5시간 가량 소요되며, 중간에서 식사를 하고 수영을 즐긴다면 하루코스로 딱 맞다.

 

 

 

3)  왕피천 트레킹 르포

“시간도 멈춘 오지의 강을 걷고 또 걷고…”
울진 구산리~왕피리 간 무인지경 적막강산 물길 5km 왕복 트레킹

묵은 유행가 가사가 떠오른다. ‘세월이 약이겠지요.’ 사람들은 말한다. 즐거웠던 추억도 가슴 아픈 상처도 시간이 가면 잊혀지는 것이라고. 자연의 상처도 세월이 지나면 묻혀지고 치유된다. 자연의 자생력은 인간의 것 보다 훨씬 강력하고 차원 높다. 다만 좀 더 긴 세월이 필요할 뿐이다.

울진 왕피천에서 우리는 소생하는 자연의 힘을 확인했다. 10여 년쯤 전 공사로 파헤쳐지고 흙탕물로 오염되며 가쁜 숨을 헐떡이던 오지의 강. 이제 그 맑고 적막한 옛 명성을 거의 원상태로 회복했다. 왕피천이 다시 살아난 것은 그 어떤 인공의 힘도 필요치 않았다. 자연 그대로 흘러가도록 방해하지 않은 것으로 충분했다.

▲ 왕피천의 핵심 경관인 용소.
헤엄쳐서 건너지 못하면 산을 넘어야 한다.

왕피천은 경북 영양군 수비면에서 발원해 울진군 서면과 근남면을 거쳐 동해로 흘러드는 긴 하천이다. 총 연장 68km에 달하며 주변의 높은 산과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접근이 어렵다. 덕분에 왕피천은 오랜 세월 때 묻지 않은 비경을 간직하게 된 것이다. 왕피천은 한 때 개발의 소용돌이에 몸살을 앓기도 했다. 대대적인 시설물 공사 때문에 하천이 크게 오염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절은 과거가 됐고 이제 맑은 물과 고기가 다시 돌아왔다.

왕피천(王避川)이란 이름은 울진군 서면 왕피리와 연관이 깊다. 고려시대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들어왔다는 전설을 간직한 오지 중의 오지가 바로 왕피리다. 현재 이곳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지난 94년 이후 정착한 한농복구회 유기농공동체를 중심으로 12개 마을 주민 900여 명이 살고 있다.

왕피천 가운데 찻길이 나지 않은 곳은 울진군 서면 왕피리 속사 마을부터 근남면 구산리 상천동까지 약 5km 구간. 적막강산을 즐기는 강줄기 트레킹의 재미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 지역은 오지답게 교통이 매우 불편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자가용을 이용해 왕피리나 상천동에서 트레킹을 시작한 뒤 다시 원점으로 거슬러 돌아오는 것이 가장 무난한 방법이다.


오지로 들어서는 분위기 흠씬 느껴져

울진에서 성류굴을 거쳐 왕피천으로 가는 길은 진정 오지다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포장도로였던 길은 점차 좁고 거친 노면으로 변했다. 어느 순간 넓은 들판에 보이던 논밭이 사라지고 주변은 온통 산이다. 산 사면을 가로지르는 시멘트 길은 고개를 넘나들며 구불구불 휘고 있다.

“이렇게 깊은 산골은 처음 봐요.”
“더 깊이 들어가면 전화는 터질지 모르겠네?”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이니 괜찮겠지.”

이동전화 수신감도가 가물가물하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왕피천 트레킹에 동행한 에델바이스아웃도어 디자인실의 이소연, 송은주씨가 걱정스런 낯빛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도시인들이 이런 오지를 찾아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분명 독특한 경험이지만 내심 두려운 마음도 들 것이다. 전국의 산을 찾아다니는 것이 일인 취재팀도 이런 산골은 자주 접하기 어렵다. 그만큼 왕피천은 외지고 깊었다.

물길을 피해 산을 넘은 길은 농원과 민가 몇 채가 보이는 마을로 접어들었다. 의외로 넓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도로 오른쪽으로 왕피천관광농원 간판이 보인다. 이 농원은 왕피천을 찾을 때 이정표 역할을 한다. 울진쪽에서 접근할 때 갈림길 곳곳에 이 농원 안내판이 보인다.

농원이 자리한 마을에는 청암정과 보물 제498호로 지정된 구산리 3층 석탑이 있다. 석탑이 서 있는 마을 중간의 넓은 공터가 고려시대 사찰인 청암사(靑岩寺)가 있었던 자리. 석탑 주변에 절집의 주춧돌로 추정되는 돌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다. 세월의 무게로 고스란히 가라앉은 깊은 산중의 넓은 터. 수양도량으로 이만큼 좋은 장소가 또 있을까 싶다.

농원을 지나니 왕피천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다리가 나온다. 깊은 산골에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규모에 놀랍기도 했고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건너편 구고동(九皐洞) 주민들이 장마철에도 어려움 없이 왕래하기 위해서는 이런 튼튼하고 거대한 다리가 필요했을 것이다.

▲ 여울이 형성된 용소 상류 구간을 지나고 있다.

다리를 건너 강변의 완만한 사면에 형성된 구고동 마을로 진입했다. 제법 많은 집들이 보인다. 구고동을 통과해 좁은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계속해 길이 이어졌다. 강변으로 접근이 쉬운 이곳에서 트레킹을 시작할 수도 있겠지만, 도로가 옆으로 난 강을 걷는 것은 어쩐지 내키지 않았다. 일단 들어갈 수 있는 곳까지 들어가기로 했다.

마을길을 벗어난 도로는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로 변했다. 콘크리트 포장은 되어 있었지만 너무 가파른 사면을 가로지르고 있어 극히 위험해 보였다. 길은 강변을 벗어나 산 위로 한참을 올라선 뒤 널찍한 농지가 보이는 곳으로 나섰다. 차가 들어갈 수 있는 마지막 마을 상천동이다.

상천동 끝 집의 양해를 얻어 차를 세우고 강을 구경하기 위해 비포장도로를 걸어 들어갔다. 수풀을 헤치고 작은 고개를 넘어 다시 긴 내리막을 내려서니 왕피천의 고요한 물줄기가 나타났다. 여기서부터는 사륜구동 차량도 접근이 불가능한 적막강산이 펼쳐진다. 

건너편에 긴 산사태가 난 강변에서 일단 하루를 머문 뒤 내일 본격적인 답사에 나서기로 했다. 다시 상천동으로 돌아와 강변에서 야영하기 위해 차로 이동했다. 마지막집 주인은 차단기를 열고 쓰레기봉투까지 챙겨주며 운전 조심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실제로 길은 사륜구동 차량이 아니면 주파가 어려울 정도로 좁고 험했다.

강변의 소나무숲에서 보낸 하룻밤은 과연 칠흑 같은 어둠이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달과 별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날씨가 흐렸고, 새벽에는 빗방울까지 오락가락했기 때문이다. 강 건너 숲에서 나는 산짐승의 발자국 소리도 잠을 설치게 했다. 집에서는 대수롭지 않았을 작은 소음 하나에도 귀가 쫑긋 섰다. 아무도 없는 조용함이 오히려 부담스러웠던 밤이다.


용소의 아찔한 물빛 보며 지능선으로 우회

다음날, 아침부터 날씨가 흐렸지만 계획대로 트레킹을 시작했다. 오후 늦게부터 중부지방에 큰 비가 예보되어 있어 되도록 일찍 답사를 마치기로 했다. 가벼운 배낭을 메고 강변의 커다란 호박돌 밭을 가로질러 나갔다. 길은 따로 없었다. 이제부터 우리가 걷는 곳이 바로 길이 되는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물로 뛰어들어 장딴지까지 차오르는 왕피천을 건넜다. 강 속에 들어와 보니 생각보다 물이 넓고 잔잔했다. 수온도 그다지 낮지 않아 날이 흐렸음에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햇볕만 비춰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할 정도로 날이 궂었다.

강물이 크게 한 굽이를 돌며 시야에서 야영지가 사라졌다. 이제부터 트레킹족이 아니면 절대로 볼 수 없는 왕피천의 모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왼쪽으로 가마득하게 솟은 거무스름한 수직절벽이 취재팀을 내려다보고 있다. 사방이 산과 물로 막힌 곳에서 꼼지락대는 나그네들이 불쌍해 보였던 모양이다. 그래도 우리는 즐겁기만 했다.

▲ 왕피천 중간의 자갈밭을 걷고 있는 취재팀.

왕피천은 정말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곳이다. 물 속의 자갈과 비슷한 보호색을 띤 민물고기들이 잠시도 쉬지 않고 헤엄치고 있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으면 겁 없는 물고기들이 다리를 툭툭 건드린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외계인에 대한 위협이다.

작은 폭포가 형성된 곳에서 잠시 숨을 돌린 뒤, 다시 오른쪽으로 굽도는 강줄기를 따라 넓은 모래밭을 통과했다. 멀리 정면에 왕피천 중에서 가장 절묘한 풍광을 지녔다는 용소가 보인다. 강물이 잠시 머물다 가는 이곳은 수심이 깊은 데다 양옆이 수직절벽으로 둘러싸여 걸어서는 통과할 수 없다. 남쪽 지능선으로 난 우회로를 이용해 통과해야 한다.

용소 앞 절경지대에서 물을 건넌 뒤 왼쪽 사면을 올랐다. 바위와 나무를 잡고 가파른 사면을 치고 오른 뒤 옆으로 횡단하는 길이 나 있었다. 족적은 뚜렷했지만 사람이 많이 다닌 길은 아니었다. 잠시 숨을 헐떡이며 고도를 높인 뒤 벼랑 끝 전망대로 나섰다.
발아래 웅덩이 속에서 시커먼 물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용소의 모습은 보기에도 아찔했다. 게다가 주변을 둘러싼 유난히 하얀 바위들은 더욱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파헤친 듯 주변 바위와는 너무도 대조적인 빛깔이다. 정말 기묘한 느낌을 주는 장소다.

산사면을 가로질러 용소 바로 위로 뚝 떨어져 내려섰다. 물만 따라 걷는 트레킹을 생각했던 취재팀은 의외로 짭짤한 산행에 연신 숨을 헐떡였다. 야영지에서 출발해 용소를 통과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반 정도. 예상외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동행자들이 산행에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물길 걷기가 보기보다 체력소모가 심해서였다.

왕복해도 결코 지루하지 않아

▲ 울울창창한 소나무숲과 바위. 왕피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용소 위에서 잠시 숨을 돌린 뒤 다시 상류를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미끄러운 돌이 널려 있는 구간을 지나다가 이소연씨가 심하게 넘어진 것이다. 안 그래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용소를 넘어오며 체력 소모가 심했던 모양이다. 다행히 큰 외상은 없었지만 한쪽 팔을 바위에 심하게 부딪혀 휴식이 필요했다.
아직 상류의 왕피리까지는 제법 긴 구간이 남아 있었다. 부상을 당한 이소연씨와 송은주, 백은식씨는 이곳에서 쉬다가 야영지로 돌아가기로 했다. 괜히 무리했다가 더 큰 사고라도 당하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구간은 기자와 김승완 사진기자 단 둘이서 답파하기로 했다.

용소를 지나면서 왕피천은 조금 평범하게 변했다. 잔잔한 강을 둘러싼 산자락은 두루뭉술하면서도 완만했고, 하상의 바위지대도 그다지 특징이 없었다. 오히려 상류에서 떠내려온 쓰레기와 철골 구조들이 자주 눈에 띠어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
왕피천과 합류하는 두 가닥의 지계곡을 지나 넓은 자갈밭을 통과하며 속도를 냈다. 용소에서 20분 거리에서 물굽이가 다시 크게 돌더니 숨은 비경이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냈다. 동강의 대표적인 비경인 어라연처럼 거대한 바위섬이 왕피천 한가운데를 막고 서서 물길을 돌리고 있었다. 그 바위 위에는 동양화에서 본 듯한 소나무 몇 그루가 멋지게 가지를 뻗고 섰다.

이 바위섬의 한쪽 끝은 산자락에 맞닿아 있다. 그러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섬은 아니다. 하지만 흙탕물의 흔적과 수북이 쌓인 나뭇가지를 보아 장마철 물이 불면 분명 섬이 되는 곳이다. 수려한 풍광의 이 바위섬 일대는 용소와 함께 왕피천의 대표적인 비경으로 꼽을 만했다.

▲ 조금 멀리서 본 용소 일대. 드러난 하얀 바위가 이색적이다.

바위섬을 넘어 물을 건넌 뒤 또 다시 물굽이를 돌았다. 물살이 제법 센 곳을 건너 조금 오르니 잔자갈이 깔린 널찍한 장소가 나타났다. 잘 정비된 야영장 같은 강변 옆의 숲도 누군가 손을 본 듯 단정하고 평탄하다. 이곳만 돌아서면 마을이 보일 것 같았다.

섣부른 예단은 좋지 않은 결과는 부르기 마련이다. 자갈밭이 끝나는 곳에서 길이 끊어졌다. 강물이 휘도는 지점의 벼랑이 우리 앞을 가로막는다. 한참 이곳에서 고심했다. 일단 산으로 우회하는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벼랑 왼쪽 완사면에 사람 다닌 흔적 같은 것이 보였다. 하지만 일단 바위 위로 올라서니 엄청나게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할 것으로 보였다. 다시 돌아내려가 강을 건너기로 했다.

가슴까지 찰 것 같았던 강물은 의외로 깊지 않았다. 조금만 과감하게 도전했으면 될 것을 괜히 시간을 낭비했다. 이곳을 통과해 서너 차례 물굽이를 돌며 나아가니 서서히 강폭이 넓어진다. 바위 사이에 많은 철근 구조물들이 떠내려와 걸려 있다. 상류 마을이 멀지 않았다는 증거다. 20분 가량 걸어 마지막 굽이를 돌자 멀리 숲 사이로 건물 지붕이 살짝 보였다.

울진군 서면 방면에서 찻길이 닿아 있는 왕피리 속사 마을이다. 용소에서 출발해 빠른 걸음으로 1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하류에 남아 있는 일행에게 소식을 전하려고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신호가 불안정해서 연결이 되지 않았다. 차라리 빨리 돌아가는 편이 낳을 것 같았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물길을 타고 내려갔다. 헌데 이상한 것은 조금 전에 거슬러 올라온 길인데도 초행길 마냥 영 생소하다는 점이다. 원래 길이 없는 곳이다 보니 그랬던 모양이다. 모래 위에 찍힌 족적을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같은 곳을 왕복해도 지겹지 않은 것이 왕피천 트레킹의 묘미다.


물 깊은 용소는 산길로 우회해야 안전

장마철이나 집중호후 예상시 접근하지 말아야
왕피천 트레킹의 골칫거리이자 묘미는 바로 교통편이다. 워낙 오지라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울진군 서면 소재지인 삼근리에서 박달재를 넘어 왕피리까지는 약 13km. 도보로 3~4시간은 족히 걸리고, 울진에서 택시를 타면 요금이 50,000원이 넘게 나온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속편한데, 그래도 접근하고 빠져나오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 물속을 걸어가며 여름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것이 강줄기 트레킹의 묘미다.

상류인 왕피리 속사 마을과 하류인 구산리 상천동 어느 쪽에서 시작하든 다시 간 길을 되밟아 나오는 것이 좋다. 이 두 마을 사이의 거리는 약 5km. 왕복하면 10km쯤 되는 만만치 않은 거리다. 물론 왕피천은 하상이 완만해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하루에 주파할 수 있다. 중간쯤의 비경지대인 용소는 남쪽 산사면으로 우회하는 것이 정석이다. 헤엄을 쳐서 돌파할 수도 있겠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소를 건넌다는 것은 위험스러운 일이다.

중간에 야영할 만한 모래톱이나 자갈밭이 제법 많다. 하지만 탈출로가 마땅치 않아 장마철이나 집중호우가 예상될 때는 야영을 피하는 것이 좋다. 식수는 미리 준비해야 한다. 용소 200m 하류 남쪽 사면의 지류에서 물을 구할 수 있지만, 가능하면 끓여서 먹는 것이 안전하다.

왕피천 비경지대인 상천동~속사 마을 구간을 왕복하는 데 도보만 5시간 가량 소요된다. 중간에 식사하거나 수영하며 더위를 식히는 데 소요되는 시간까지 합하면 하루 코스로 딱 알맞다. 

# 교통

왕피리는 울진읍에서 30km 정도 떨어져 있어 울진보다는 영주를 경유하는 것이 편하다. 영주에서 36번 국도를 타고 동진, 봉화를 거쳐 울진으로 접어든다. 통고산 자연휴양림 앞을 지나 삼근리(서면 소재지)에 닿으면 오른쪽으로 왕피리 가는 샛길이 보인다. 갈림목에 이정표가 서 있다.

삼근리에서 박달재를 넘어 내려가 만나는 삼거리에서 이정표를 보고 왼쪽 속사 마을 방면으로 진입한다. 외길을 타고 끝까지 가면 속사 마을 지나 부원농장 앞에서 길이 끊어진다.(삼근리 갈림길에서 약 13km)

울진에서 접근할 경우 7번 국도를 타고 성류굴 가는 길로 방향을 잡는다. 성류굴 지나 500m쯤에 서쪽으로 나가는 포장도로가 있다. 입구에 구산리 이정표가 보이고 왕피천관광농원 표지판도 있다. 이 표지판을 따라 2차선 포장도로를 따라 1Km 가면 왕피천관광농원 안내판이 보이고 왼쪽으로 갈림길이 나온다.

갈림길로 접어들어 광산을 지나 좁은 시멘트길과 비포장도로가 나타나고 계속 가면 구고동이란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구고동을 지나 좁은 산길을 1km쯤 가면 상천이란 마을이 나오고 길이 끝나는 곳에 집이 한 채 있다. 이곳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500m 쯤 가면 왕피천에 도착한다.

# 숙박

왕피천 북쪽의 불영계곡 주변에 민박집이 산재해 있다. 통고산 자연휴양림은 가장 훌륭한 숙박시설로 꼽을 만하다. 단 주말과 휴일에는 예약객이 아니면 이용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인기 있다.
왕피천 하류인 울진군 근남면 구산리의 왕피천관광농원(054-783-0625)은 방갈로 시설을 갖추고 손님을 맞는다. 울진에서 전화하면 마중도 나오고 매운탕이나 은어튀김 등의 민물고기 요리도 준비해준다. 상류인 서면 왕피리 속사 마을 끝의 부원농장(054-782-4566)에서 민박이 가능하다.

 

명소
민물고기전시관

아이들과 함께 울진을 찾으면 들러볼 만한 곳이다. 민물고기전시관은 근남면 행곡리 내수면시험장 내에 있다. 이곳은 물고기 표본과 사진은 물론, 살아있는 민물고기를 그대로 전시하고 있다. 주로 사라져가는 토속어종과 주요 관심어종을 중심으로 전시되며, 이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접할 수 있다. 또한 다슬기나 피라미 등을 직접 만져볼 수도 있다.

전시관 밖에 마련된 야외학습장에서는 비단잉어, 향어, 초어 등의 큰 고기에게 먹이를 주거나 직접 연어를 잡는 이색 현장체험도 가능하다. 현재 건립 중인 민물고기생태체험관이 완공되면 더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화 054-785-6390

명소
성류굴

왕피천 하류의 유서 깊은 동굴. 1963년 5월7일 천연기념물 제155호로 지정된 곳으로, 탱천굴(撑天窟) 또는 선유굴(仙遊窟)이라고도 부른다. 주굴 길이 약 470m, 전체 길이 약 800m 규모다.

고려 말의 학자 이곡(李穀)의 <관동유기(關東遊記)>에 성류굴에 관해 언급해 그 역사가 깊음을 알 수 있다. 동굴은 대체로 남서쪽에서 북동쪽을 향해 전개되며, 크고 작은 방 9개와 5개의 호소(湖沼)로 이루어졌다. 동굴 곳곳에 여러 모양의 종유석·석순·석주 등이 도열해 있다. 한국의 석회암동굴 중 최남단에 위치한다는 점도 관심을 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고 관광동굴로 개발된 이후 심하게 훼손됐다는 지적도 있다.

명소
불영사

불영사는 천축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는 사찰로, 신라 진덕여왕 5년(651년)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전면의 큰 못에 있는 아홉 마리 용을 주문으로 쫓아낸 후 그 자리에 절을 짓고, 서편에 부처 형상 바위가 있어 그 그림자가 항상 못에 비치므로 불영사(佛影寺)라 불렀다고 한다. 1397년(태조 6)에 화재로 타버린 것을 소운(小雲)이 중건했는데, 그 후에도 여러 차례 소실되어 중수가 거듭됐다.

불영사 내에는 보물 제730호인 응진전, 보물 제1201호인 대웅보전, 보물 제1272호인 영산화상도, 지방유형문화재 제112호인 부도, 지방유형문화재 제135호인 불영사 3층석탑 등 여러 문화재가 있다.

명소
망양정

망양정(望洋亭)은 관동팔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곳이다. 조선 숙종이 망양정을 제일 낫다고 하여 ‘관동제일루(關東第一樓)’라는 글씨를 직접 써 걸도록 했다고 전해진다. 송강 정철도 ‘관동별곡’의 마무리를 이곳서 장식했으며, 겸재 정선도 정자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남겼던 곳이다.

불영계곡과 왕피천이 합류해 동해로 들어가는 하구 근처 나지막한 언덕에 자리한 지금의 망양정은 새로 옮겨 지은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망양정은 원래 이보다 남쪽인 기성면 망양동에 있었다고 한다. 지금의 자리도 훌륭한 바다 전망대 역할을 한다.

명소
통고산 자연휴양림

울진의 명승지 불영계곡 상류에 위치한 자연휴양림으로,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숲과 계곡이 일품이다. 휴양림 뒤편 통고산(1,067m)에서 보는 동해 일출이 대단히 매력적이다. 연꽃처럼 아름다운 사찰 불영사가 지척이고, 동해안이 가까워 여름철 해변휴양과 연계해 이용하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