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사불산 대승사 가는 길
문경 사불산 대승사 가는 길
[한겨래 신문 이병학 기자 ]
걸을수록 가볍고 오를수록 그윽해지는 낙엽길이다. 나뭇잎 쌓인 만큼 부드럽고, 부서지는 만큼 향기로운 초겨울 숲길은 너무도 조용해, 청설모·다람쥐의 도토리 까먹는 소리도 벽력같이 들려온다.
대승사 경내로 들었을 때 느닷없이 가로막는 우뚝한 현대식 건물이 안겨준 불편했던 마음은, 기왓장을 쌓아 담을 친 계단을 올라 대웅전 앞에 서서야 풀어진다.
대웅전 앞엔 백목련 두 그루가 가지마다 화두를 잡은 듯 바짝 긴장한 꽃봉오리들을 무수히 내밀고 서 있다. 찬 바람을 이기고 솟아오른 꽃봉오리들은, ‘동안거’(겨울 수행, 음력 10월 보름~정월 보름)에 들어간 스님들의 용맹정진의 자세를 닮았다.
대웅전 안에는 대형 목각탱이 모셔져 있어 고찰의 면모를 보여준다. 후불탱화를 나무에 부조·투조 기법으로 고스란히 조각해낸 대형 작품이다. 부석사에 있던 것을 옮겨온 것으로, 목각탱의 소유를 둘러싼 기록문서 4장(1876년 작성)과 함께 보물로 지정돼 있다.
인자한 마애불 미소 마주하고
<삼국유사>엔 이 바위가 진평왕 때 붉은 천에 싸여 하늘에서 내려왔고, 진평왕이 이곳에 와 기도를 한 뒤 왕명으로 대승사를 창건하게 했다는 기록이 있어, 사불바위의 유래가 아득함을 알 수 있다.
대승사 들머리 주차장 옆 갈림길, 안내판 앞에서 왼쪽으로 포장길이 이어진다. 비좁은 아스팔트길이지만, 좌우로 우거진 소나무숲이 숲길의 정취를 살려준다. 400~500m 가량 이어진 포장길 끝에 비구니 참선도량 윤필암이 있다. 1380년 처음 세워진 암자인데, 한쪽 절벽에 불상이 따로 없는 법당, 사불전이 있다. 대형 유리문이 사불바위 쪽을 향해 나 있을 뿐이다. 유리를 통해 건너다 보이는 사불바위를 모신 법당이다.
윤필암 밑에서 오른쪽 산길로 들면 사불바위로 오를 수 있다. 참나무들 이파리 두툼하게 깔린 다소 가파른 산길을 40분 가량 올라 사불바위 옆에 서면 눈앞에 윤필암 전경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맞은편 산기슭엔 또다른 암자 묘적암의 소박한 자태가 걸려 있다.
하늘을 찌르고 선 전나무 숲 앞엔 묘적암 스님이 참선 중임을 알리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왼쪽 산길은 묘적암 옆을 지나 능선을 따라 사불바위까지 이어지는 2시간반짜리 등산로다. 하지만 겨울 건조기엔 산불방지를 위해 출입이 금지된다.
묘적암은 고려말 공민왕때의 고승 나옹(혜근) 선사가 출가한 곳이자, 성철·서암 등 고승들이 머물던 곳으로 이름난 암자인데, 나옹이 이 약수를 떠서 끼얹어 해인사의 불을 껐다는 전설이 있다. 약수터 오른쪽 산기슭엔 나옹 선사와 동봉 선사의 부도가 거리를 두고 서 있다. 위쪽의 밋밋한 것이 나옹 선사의 부도다.
마당엔 나옹이 물을 뿌리자 ‘마음 심(心)’ 자가 나타났다는 돌이 놓여 있다. 가끔씩 울려퍼지는 풍경소리의 여운이, 건너다 보이는 사불바위 자태를 더 또렷이 드러내 주는 듯하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로 시작하는 선시를 지은 나옹 선사는 묘적암에서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다.
‘청산림 깊은 곳에 일간 토굴 지어 놓고/ 송문을 반만 열고 석경(돌담)에 배회하니…무착령 선듯 올라 불지촌(사불바위를 일컬음) 굽어보니/ 각수에 담화는 처처에 피었더라…청산은 묵묵하고 녹수는 잔잔한데/ 청풍은 슬슬하니 이 어떤 소식이며, 이 어떤 경계련고.’(‘나옹화상 토굴가’ 중 일부) 묘적암 뒤 산 능선엔 나옹 선사가 앉아 참선했다는 좌선대와 말안장바위가 남아 있다. [문경/글·사진 이병학 기자]
문경새재 걸어볼까 온천에서 쉬어갈까
‘경사스런 소식을 듣는다’는 뜻의 문경이다. 문경엔 조선시대 한양과 영남을 잇는 관문이었다. 영남에서 한양으로 통하는 가장 큰 길(영남대로)이었던 문경새재 등 선인들이 걸어 넘던 옛 길들과 문화유적들이 무수히 남아 있다. 온천도 있어 피로도 풀 수 있다.
▲ 문경새재 제3관문 ‘조령관’
보러 가던 선비나 보부상들의 애환이 깃든 길이자, 영남의 각종 생산물이 한양으로 운송되던 길이었다.
산업화로 메워지고 포장되면서 옛 모습을 많이 잃었으나, 주흘관·조곡관·조령관 등 제1~3관문이 복원돼 있고, 일부 구간은 옛 길이 남아 있어 걸어볼 만하다. 주도로는 널찍한 수렛길이지만, 곳곳에 구비구비 이어지며 큰길과 만나고 헤어지는 옛 길들이 남아 있다. 제1관문 지나 왼쪽엔 드라마 촬영세트장이 있다.
운달계곡 김룡사
잦은 화재로 옛 건물과 문화재는 많지 않으나, 성철·서암·서옹 등 고승들을 배출한 절로 이름 높다.
경내의 설선당은 국내 최대 규모의 온돌방으로 이름났으나, 1997년 불에 타 최근 복원했다. 대성암·화장암 등 부속 암자로 오르는 숲길이 아름답고, 일주문 주변 전나무숲길도 운치가 있어 거닐어볼 만하다.
걸어 오르는 화장암 길이 운치있다. 화장암에서 가파른 산길을 한시간쯤 더 오르면 또다른 암자 금선대에 이른다.
문경온천
피로를 풀 수 있다. 약산성 칼슘 및 중탄산 온천으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신장병·갱년기장애와 알레르기성 피부염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용출온도는 31도. 문경엔 선유동계곡·용추계곡·쌍룡계곡 등 사철 절경을 뽐내는 아름다운 계곡들도 많다. 문경도자기전시관, 문경새재박물관, 문경석탄박물관 등도 볼거리다. [이병학 기자]
타고 충주쪽으로 내려간다. 점촌·함창나들목에서 나가 시내 거쳐 34번 국도를 타고 예천·안동쪽으로 10분쯤 가면 59번 국도를 만난다.
김용삼거리에서 우회전해 가좌리 쪽으로 직진하면 오른쪽에 ‘사불산 대승사’ 빗돌이 나온다. 우회전해 좁은 포장도로를 2㎞쯤 오르면 안내판이 붙은 갈림길과 주차장이 나온다. 오른쪽이 대승사, 왼쪽이 윤필암·묘적암 길이다.
손칼국수로 이름난 새재 초곡관 문경약돌돼지(571-2320), 토종닭백숙과 두부전골을 내는 김룡사 들머리 김용운달식당(552-6644)과 산북면 거송가든(민물매운탕·회, 553-1362), 모전동 통뼈감자탕(553-8075), 점촌동 옛남강(로스구이, 554-1641) 등. 문경온천(571-2002) 주변에도 문경관광호텔 등 호텔과 여관이 많다.
문경시청 문화관광과 550-63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