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얼이 담긴 문화재
고구려 벽화 비밀 한 꺼풀 벗겨졌다
창현마을
2006. 12. 4. 16:19
고구려 벽화 비밀 한 꺼풀 벗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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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06-12-04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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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과는 남북역사학자협의회가 이번 주말 발간할 '고구려 고분벽화 남북공동조사보고서'에 실린다. 최광식 고려대(한국고대사) 교수.김순관 문화재연구소 연구사 등 남한 측 학자 11명과 이승혁 문화재보존지도국 박물관 처장.지승철 사회과학원 과학지도국 부국장 등 북한 측 학자 7명으로 구성된 남북공동조사단은 올 4월 19일부터 14일간 강서대묘.안악3호분 등 평양 주변 고구려 벽화를 조사했다. 본지 5월 8일 16면, 9일 20면, 10일 18면 보도 ◆고구려의 찬란한 색채=이번 조사의 가장 큰 성과는 고구려 벽화에 쓰인 안료의 종류와 특성을 종합적으로 밝혀냈다는 점이다. 한국 미술의 원류로 꼽히면서도 정작 과학적 접근은 미진했던 고구려 벽화를 휴대용 형광X선분석기.디지털현미경 등으로 조사했다. 벽화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안료 성분을 알아내는 비파괴검사를 시도했다. 지금까지 고구려 벽화는 주로 미술사.문화사 분야에서 연구돼왔다. 남북공동조사단은 안악3호분.수산리고분.덕흥리고분.진파리4호분 등 총 8기 고분, 36개 지점의 색상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고구려 벽화에는 대략 백색.적색.갈색.황색.녹색 등 8개 색상의 무기질 안료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대 안병찬(문화재보존학) 교수는 "고구려 벽화에 대한 최초의 현장 조사라는 의미가 각별하다"며 "고구려 벽화에서 시작해 고려 불화, 조선시대 궁중기록화로 연결되는 한국 채색화의 계통을 밝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연백(鉛白)으로 바탕칠=고구려 벽화는 기법상 석벽화(돌벽 위에 직접 그림)와 회벽화(돌을 쌓고 석회를 입힌 뒤 그림)로 양분된다. 석벽화로는 강서대묘.안악3호분이, 회벽화로는 수산리고분.진파리고분이 유명하다. 조사단은 석벽화에도 백색 안료가 얇은 바탕으로 사용된 것으로 밝혀냈다. 지금까지 석벽화는 돌 위에 직접 색을 입힌 것으로 알려졌었다. 바탕칠로 쓰인 것은 납의 일종인 연백(鉛白)이다. 안악3호분의 묘주(墓主) 그림이나 강서대묘의 청룡도(靑龍圖).현무(玄武圖) 등에서 두루 발견됐다. 문화재연구소 홍종욱 연구사는 "석벽화를 자세히 보면 그림 부위가 다른 부위보다 밝은 느낌을 준다"며 "이는 연백으로 바탕을 칠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안료 대부분에서 연백이 검출됐다"며 "바탕색으로 사용된 연백은 다른 안료의 색채를 도드라지게 한다"고 말했다. 안병찬 교수도 "연백으로 바탕을 칠하면 돌에 직접 채색하는 것보다 정교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며 "연백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안료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연백은 벽화의 미생물 번식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끝내 못 찾은 금의 실체=종전까지 금으로 여겨졌던 진파리 4호분의 금빛 안료는 실제 금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진파리4호분은 북한에서 온달장군과 평강공주의 묘로 추정하는 곳으로, 천장.벽 등에 금빛 안료가 남아있다. 조사팀은 동벽의 나무에 있는 금색을 분석했다. 금은 나오지 않았고 금의 대용 안료로 사용했던 석황(石黃)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검출됐다. 안 교수는 "진파리 4호분 천장에 있는 별자리를 조사하지 않아 고구려 벽화에 금이 사용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단 고구려 벽화에 금이 쓰인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홍종욱 연구사는 "고구려 벽화를 영구 보존하려면 앞으로도 장기 연구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고분별 상태진단표를 만들어여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호 기자 jhlogos@joongang.co.kr ◆고구려 벽화=한국 회화의 근원으로 평가된다. 현재 약 100기의 벽화고분이 전해지고 있다. 고구려의 수도였던 평양과 중국 지안(集安), 황해도 지방에 집중 분포됐다. 2004년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구려 고분은 총 63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