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백련지 - 전남 무안
무안 백련지
전남
무안군 일로읍 복용리 회산백련지. 요즘 저수지는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푸른 연잎으로 뒤덮여있다. 넓은 잎방석을 깔고 앉아 빠끔하게 고개를
내민 연꽃이 등불처럼 환하다. 둑방 앞 평상에 앉아 연꽃을 보고 있으면 속계(俗界)에서 선계(禪界)로 넘어온 것 같다. 연꽃이야 언제봐도
탐스럽지만 올해는 유독 연꽃이 좋다. 최근 10년 새 꽃이 가장 실하고 곱다고 한다.
“연꽃은 고온다조(高溫多照) 식물입니다.
기온이 높고 햇볕이 많을수록 꽃이 좋아지는 법이죠. 올해는 일조량이 많고 날도 더워 연꽃이 탐스럽게 피었습니다.”무안군청 전풍진 백련지
연꽃담당팀장의 말이다.
온나라를
가마솥으로 만들었을 정도로 뜨거웠던 불볕 더위를 이겨낸 백련은 송이마다 탐스럽고 잎도 건강한 쪽빛을 띠고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이파리가
들썩거리고 꽃대가 흔들리는 모습은 환상적이다. 연꽃이 첫 꽃대를 밀어올리는 시기는 6월 하순. 9월말 서리가 내릴 때까지 꽃이 피고 진다. 꽃이
가장 크고, 개화 기간도 긴 편이다. 절정기는 요즘이다. 연꽃은 아시아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귀한 꽃으로 친다. 불교국가인 인도, 스리랑카,
베트남의 국화는 백련. 이집트, 카메룬, 캄보디아, 태국의 국화는 수련이다.
무안 회산지는 아시아 최대의 연꽃밭이다. 면적은
10만평. 둘레는 3㎞ 정도로 한바퀴 도는데 1시간이나 걸린다. 2001년에는 아시아권에서 가장 큰 연꽃밭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현재 무안군은
기네스측에 세계 최대의 연꽃밭인지 확인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회산백련지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일제 때 일본인들이 일로읍 아래 영산강 유역에 간척사업을 벌이면서 물을 공급하기 위한 저수지로
회산지를 만들었다. 당시 7백50만평의 농경지에 물을 대기 위한 농업용 저수지. 하지만 1980년대 영산강 하구언이 생기면서 물공급이 원활해졌고
회산지는 별 효용이 없는 저수지가 됐다.
회산지가
연꽃 저수지가 된 것은 60년 전. 79년 작고한 정수동씨가 옮겨심은 연뿌리 12그루가 번져나가 연꽃밭을 이루었다. 정수동 할아버지는 저수지에
백련을 심은 날 밤 하늘에서 학 12마리가 내려와 앉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범상치 않은 꿈이라 여기고 연꽃을 자식처럼 아끼고 가꾸었다는
것이다.
인근
주민들이 마실 삼아 다녀가던 연꽃방죽은 90년대 들어서 유명해졌다. 연밭을 다녀온 법정스님이 쓴 기행기가 계기가 됐다. 법정스님은 ‘한여름 더위
속에 회산백련지를 찾아 왕복 2,000리를 다녀왔다. 아, 그만한 가치가 있고도 남았다. 어째서 이런 세계 제일의 연지가 알려지지 않았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없다. 마치 정든 사람을 만나고 온 듯한 두근거림과 감회를 느꼈다’고 썼다.
무안군은 90년대 중반 연꽃을 테마로 지역축제를 열었다. 해마다 관광객이 늘어 지난해에는 1백50만명이 다녀갔다. 한때 저수지
가운데 다리를 놓기도 했다. 올해는 다리를 치우고 목조 산책로를 만들었다. 연꽃밭 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 백련과 눈맞춤을 하면서 걸을 수 있도록
꾸몄다.
회산지에는 백련이 가장 많다. 백련은 꽃송이가 크고 탐스러울 뿐만 아니라 뿌리가 매우 굵다. 주민들은 연근(蓮根)을 식용으로 많이
내다 팔았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먹을 수 있는 연을 참연, 먹을 수 없는 연은 개연이라고 하는데 회산방죽의 백련은 버릴 것이 없단다.
연꽃이 지고 난 뒤 생기는 열매는 연실(蓮實). 집안을 치장하는 데 사용하거나 염주, 목걸이 등 장신구나 한약재로도 사용했다.
여러개의 구멍이 나 있는 연근은 조림을 해 먹는다.
한방에서는 약재로도 썼다. 상처 부위의 지혈이나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치료효과가 있다. 연밥의 싹(배아)은 가슴이 답답하거나 불안한
증상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 폐렴, 기관지천식, 임질, 강장, 소화불량 치료와 뱀과 독벌레에 물렸을 때도 사용한다. 요즘은 연잎으로
칼국수를 만들고, 꽃으로는 연차를 만든다.
회산방죽에는 이제 백련뿐 아니라 홍련, 왜개연, 개연, 어리연, 가시연도 자생한다. 하지만 워낙 백련이 많은 까닭에 다른 연꽃은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진입로 주차장 옆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가시연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식물. 일종일속(一種一束)밖에 없는 희귀종으로 물이 맑은 곳에서만 산다. 가시가 돋친 잎을 찢고 솟은 자색 꽃도 신비스럽기만 하다.
회산
백련지 일대는 연꽃밭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연꽃농사가 수익성이 높아 주민들이 논과 밭에 연꽃을 심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심은 연꽃밭을
모두 합하면 1백50만평 정도로 백련지보다 더 넓다. 관상용과 식용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꽃중의 군자(君子)라는 연꽃.
무더위의 끝자락에서 연꽃이 피고 있다. 탁하디 탁한 세상을 떠돌다 바라본 연꽃밭은 여행자들에게 감동을 주기 충분하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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