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을 수놓을 전국의 오지마을 3
; 3 덕풍계곡과 용소골, 그리고 응봉산
1) 덕풍마을
계곡여행이나 오지여행을 얘기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곳 중 하나가 삼척에 있는 덕풍 마을이다. 이제는 문명의 혜택아래 오가기도 쉬워졌고 잠잘 곳도 늘어났지만 그 원시 자연의 싱싱함은 그대로다.
풍광 좋은 덕풍 계곡과 한 뼘 하늘이 고작인 용소골이 이어지는 중간에 숨은 듯 또아리를 틀고 있는 덕풍마을. 그곳에 살면 세상걱정은 하나도 없을 것 같다. 오지라하기엔 이제 너무 알려져 버린 그곳. 더 많은 사람들이 작은 흠집이라도 내기 전에, 젊은 기분으로 꼭 한번은 다녀 올 만한 우리의 자연이다.
아름다운 오지 덕풍 계곡의 들머리는 풍곡이다. 풍곡에는 크고 작은 계곡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오죽하면 지명이 골짜기가 많다는 뜻의 풍곡(豊谷)일까? 실상 보리골,용소골,문지골 등등 빼어난 계곡들이 덕풍계곡으로 모여들고 그 언저리에 풍곡이 있는 거다.
풍곡에 들어서면서 심산유곡의 오지라 지레짐작하여 사람조차 몇 없이 버림받은 마을일까 걱정 했다면 마음 을 푹 놓아도 좋다. 풍곡에는 약국,수퍼에 짜장면집까지 있다. 시설좋은 통나무집과 모르쇠 농원등에서 편하게 잘 수 있음은 물론이다.
풍곡에서부터 덕풍계곡은 시작된다. 골 옆을 걸어서 오르면 수려하고 깊은 계곡미를 감상하기에 딱 좋다. 차가 다닐 수 있도록 넓어진 길이 있지만, 계곡속으로 들어가 중간중간 계곡도 건너고 깍지낀 손처럼 맞물린 절벽 사이를 비집고 지나는 트레킹의 재미도 느껴볼만 하다.
계곡에 심취해 오르다 보면 끝머리에 덕풍마을이 나온다. 바로 앞에서 조차 그속에 마을이 있으리라곤 짐작치 못할 만큼 좁은 골속에 묻혀있다. 작은 다리를 건너 구비를 돌아나가면 그제사 몇 채의 집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숨은 듯 자리잡은 덕풍리. 20리 덕풍계곡의 끝머리이자 30리 용소골의 시작점이다.
덕풍마을을 지나면 제법 그럴싸한 폭포와 시퍼런 소가 앞을 막아선다. 행여 그 유명한 1 용소인가 싶어지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길이 없는 것 같은 폭포 옆 절벽중간에 줄이 매달려 있다. 이 줄을 이용해 온몸으로 절벽을 붙들고 넘어야 그곳에 1 용소가 있다. 마치 계곡으로 들일 사람을 시험하는 관문처럼 말이다. 수많은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했다는 계곡, 그래서 이름마저 용소골이 된 숨은 계곡의 신비스런 속살을 힘든 관문을 넘고 나서야 볼 수 있는 것이다. 1 용소 앞에 발을 딛는 순간 지금까지 줄곧 올라오면서 감탄했던 것이 서곡에 불과했음을 느끼게 된다.
발 아래로 물깊이 조차 알 수 없는 소가 연신 물굽이를 돌고 있고 떨어지는 물소리는 하늘이 한 점밖에 안 보이는 협곡속에서 포효하듯 울부짖는데 그 소리가 마치 용이 승천할 때 지르는 소리같아 기묘하기 이를 데 없다.
사람의 발길을 거부하는 듯한 기운이랄까? 실제 전문 산악인들도 이곳에 혼자서 들어가려 하다가 그 기세에 눌려 발조차 들여놓지 못하고 되돌아 서는 경우가 허다하단다. 때문에 이곳을 오를 때는 한낮에 올랐다가 해가 저물기 전에 반드시 내려와야 한다는 말을 덕풍리 사람들은 잊지 않는다.
2) 용소골
울진 응봉산 북동쪽의 용소골은 적어도 산꾼이라 자처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가보아야 하는 절경험곡의 대명사격이 된 지 오래다. 제대로 알려지기만 하면 설악산의 명성을 위협할 정도의 수준 높은 풍광을 자랑한다. 어디 특별한 한 곳을 경치가 좋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절경의 연속인 용소골이다.
용소골은 2003년 태풍 매미 이후 모습이 크게 바뀌었다. 이때 쏟아진 폭우로 쇠사다리와 쇠난간 거의 모두가 쓸려 내려가 버리고 물줄기를 수십 번 가로질러야 하는 험곡으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풍곡리에서 덕풍 마을까지 찻길이 보수되고 나서 다시 예전처럼 차량으로 덕풍 마을까지 들어갈 수 있게 되어, 당일치기로 저 위 제3용소 구경까지 하고 되돌아나올 수 있다.
물론 덕풍 마을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며, 걸음걸이가 빨라야 하며, 비가 온 지 며칠 지나 물이 빠진 뒤라야 가능하다. 비 온 뒤에는 무시무시한 급류가 가득 차서 흐르는 죽음의 계곡으로 변하므로 아예 포기해야 한다.
제2용소 폭포 줄기 바로 옆으로 아슬아슬
첫날 덕풍 마을에서 민박을 하고 다음날 용소골 산행을 할 생각이면 버스종점에서 덕풍 마을까지 6km 길을 슬슬 걸어 들어가면 좋다. 경치 좋은 계곡 가로 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덕풍 마을의 민박집 덕풍산장(033-572-7378) 지프를 빌어타도 된다(1인당 2,000원).
풍곡리 통나무집(033-573-0777)에서 3~4인 이상 일행이 식사를 주문할 경우 덕풍 마을까지 태워다 주기도 한다.
덕풍 마을은 용소골 물이 문지골 물과 합세해 넓은 자갈밭 분지를 이루었다. 덕풍산장 앞을 지나 곧장 계곡 상류로 거슬러 오르면 흙으로 메워진 폐농수로를 따르게 된다. 계곡 왼쪽의 수로가 끝날 즈음 용소골 안으로 접어든다.
넓은 암반계곡 왼쪽의 망가진 쇠난간을 따라 계곡을 거슬러 오른다. 경사진 암벽면을 딛고 저쪽으로 건너가야 하는데, 사다리 난간이 망가져 덜렁거리기도 하므로 주의한다. 이후 5분 더 오르면 거대한 소에 우람한 폭포 물줄기가 꽂히듯 쏟아져 내리는 제1용소다.
2003년의 태풍 매미 때 쏟아진 호우는 상류에서 수많은 토사를 쓸어와 용소의 절반쯤을 메워버렸다. 제1용소 벽에 설치한 밧줄을 보면 자갈밭과 거의 닿아 있는데, 과거엔 그 아래가 시퍼런 소였다. 그래도 절벽 위를 가로지른 밧줄을 타고 용소 위로 오르려면 긴장감이 느껴진다.
온 벽에 두툼히 이끼가 붙은 절벽이지대, 검푸른 바위웅덩이인 요강소를 지나면 제2용소에 다다른다. 제2용소는 용소골에서 가장 위험한 한편 꾼들이 가장 재미있어 하는 곳이다. 골을 울리는 굉음으로 쏟아져내리는 폭포 물줄기 우측 바로 옆의 로프를 잡고 올라서야 하는데, 초심자는 오금이 저릴 것이다.
제2용소를 지나 계곡 좌측 사면을 가로질러 넘어가다보면 우측 아래로 길이 꺾인다. 이곳은 로프가 매어져 있는데, 배낭이 뒤로 당겨질만큼 급경사이므로 역시 주의한다.
응봉산 정상으로 이어진 등산로가 나 있는 작은당귀골 입구를 지나 조금 더 오르면 용소골 절경지대의 최종점인 제3용소다. 이곳까지 다다른 뒤 발길을 되돌린다. 작은당귀골 입구 근처의 계곡가에 나무 그늘이 있어 한참 쉬어갈 만하다.
덕풍 마을에서 제3용소까지 왕복하는 데 최소 8시간 잡아야 한다. 수십 번 반복해서 계류를 건너야 하는 용소골에서 신발을 적시지 않으려는 수고는 어리석다.
3) 응봉산
삼척과 울진의 경게에 솟은 응봉산(998.5m)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절승의 계곡을 품고 있는 산이다. 특히 정상에서 서쪽으로 파고들어 간 용소골의 비경은 등산인들 사이에 이름이 높다. 깎아지른 듯한 벼랑과 수많은 폭포, 깊은 소들이 산재한 이 계곡은 대단히 모험적인 산행대상지로 알려져 있다.
응봉산 자락에는 용소골 외에도 이에 버금가는 신비한 경관과 위험성을 동시에 지닌 계곡이 여럿 있다. 덕풍 마을을 중심으로 뻗어나간 문지골, 괭이골, 버릿골 등이 바로 그런 계곡들이다.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협곡으로, 함부로 발을 들여놓기 어려울 정도로 험난하다.
이들 협곡 하류에는 덕풍계곡이 흐르고 있다. 풍곡에서 덕풍 마을까지 약 6km에 달하는 이 계곡은 수려한 풍광과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곳으로, 계곡 트레킹 대상지로 인기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계곡 산행을 계획한 분들이라면 용소골을 통해 응봉산을 오르는 코스를 선호할 것이다.
응봉산 용소골은 안전을 위해 초심자나 노약자들은 산행을 삼가는 것이 좋다. 위험한 지점에는 로프가 설치되어 있지만, 장마철이나 비가 온 뒤에는 계곡물이 불어 산행이 불가능하다.
용소골 산행은 풍곡 마을 마지막 민가를 지나 논 옆으로 난 길을 따르며 시작뙨다. 길 왼쪽의 좁은 수로가 끝날 즈음 용소골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용소골은 초입부터 화려하다. 넓은 암반 위를 흐르는 맑은 물 뒤로 깎아지른 벼랑들이 병풍처럼 둘러섰다.
용소골 초입부터 제1용소까지는 길이 좋은 편이다. 위험지대에 철게단과 난간을 설치해 두어 이제는 초보자도 쉽게 다녀올 수 있게 됐다. 산책 삼아 잠시 다녀오기에 좋은 곳이다. 덕풍 마을에서 제1용소까지는 약 30분 걸린다.
용소골의 명물인 제1용소에 도착하면 먼저 우렁한 물소리가 계곡을 압도한다. 폭포 아래 소가 워낙 시꺼멓고 넓어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다. 등산로는 용소 오른쪽으로 난 절벽을 횡단해야 하는데 어린이나 노약자는 포기하고 내려가는 것이 좋다. 만약 절벽길을 횡단하다가 실수라도 하면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제1용소를 통과했다면 이후 길은 평탄하게 이어진다. 아름다운 계곡 풍경을 감상하며 1시간쯤 오르면 제2용소가 나타난다. 이 용소는 규모가 작고 너른 곳이 있어 용소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기 좋다. 풍곡리를 출발하여 제2용소에 도착했다면 하산 시간을 고려해 이곳에서 되돌아서는 것이 좋다. 덕풍 마을이 목적지라면 또 다른 용소골 절경 중의 한 곳인 매바위까지 다녀올 수 있다.
제2용소를 지나면 길은 약간의 오르막을 형성하다가 다시 평탄해지기를 거듭한다. 중간에 한 번 왼쪽 사면으로 30~40m의 바위 오르막을 올라야 하는데, 이곳만 통과하면 다시 평범한 계곡이 이어진다.
한참을 걸어 올라가면 용소골의 백미인 U자형 협곡에 닿게 된다. 이 협곡을 '매바위'라 부른다. 매바위는 40여m 수직벽이 계곡 양쪽 사면을 형성한 곳으로, 갑자기 물이 불어나면 피할 곳이 없는 위험한 장소다. 하지만 그 괴이한 풍광만은 과연 일품이다.
매바위 이후로는 비교적 평범한 계곡이 이어지므로 응봉산 정상에 갈 팀이 아니라면 되돌아 내려가는 것이 좋다. 오전 8시경 출발해도 풍곡리에서 매바위까지 다녀오려면 저녁나절이 되므로 반드시 야간산행 채비를 해야 한다. 용소골에서 응봉산 정상으로 가려면 제3용소 직전에 왼쪽으로 난 작은당귀골을 통해 오른다.
응봉산 정상이 목적이라면 덕풍 마을에서 능선을 통해 오르는 산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중간에 갈림길이 자주 눈에 띄지만 능선을 벗어나면 낭떠러지로 나설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마을에서 출발해 응봉산 정상까지 3~4시간 거리. 정상에서 작은당귀골을 경유해 용소골로 하산하거나, 동쪽 능선, 혹은 계곡길로 덕구온천으로 산행을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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