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따라서 훌쩍 떠나는 테마여정

보리밭에 오면 바람 냄새가 다릅니다.

창현마을 2007. 5. 3. 23:56

 

 

보리밭에 오면 바람 냄새가 다릅니다.

 

 

 

보리밭에 오면 바람 냄새가 다릅니다.
보리이삭을 흔들며 불어오는 바람은
풋풋한 보리냄새가 가득합니다.


그 바람 속에는 코흘리개 시절의 추억이 숨어 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와 책 보자기를 풀어놓자마자 손이 가는 곳이 있습니다.
마루 위에 걸려 있는 대소쿠리이지요.


그곳에는 삶아 놓은 보리쌀이 들어 있었습니다.
반찬 없이 시커먼 간장에 비벼먹어도 꺼끌꺼끌한 보리쌀이 어찌 그리 달던지요?

 

 


 


겨울 방학을 하기 전에는 전교생이 들로나가 기차놀이를 하듯
어깨동무를 하면서 보리밭을 밟아주던 보리밭.


뚜드득뚜드둑 소리 내며 부서진 서릿발이 검정 고무신 속으로 들어와
양말이 젖어도 발 시린 줄 몰랐지요.

 

 

 


 


 


깜부기는 보는 대로 뽑아주어야 합니다.
다른 보리이삭도 병들거든요.


학교에서 돌아오는 논길에서 검은 깜부기를 뽑아
계집애들 얼굴이나 옷에 검은 가루를 묻히는 장난을 하곤 했지요.
아궁이의 숯검댕을 칠한 듯 검은 얼굴을 보면서 까르륵 웃던 시절이었습니다.

 

 


 


보리밭 위로 종달새가 높이 떠올라 지저귀면
그 아래 보리 이랑 사이로 기어들어가 종달새 알을 찾아 보곤 했지요.


재수가 좋은 날은 고운 풀잎으로 만들어진
손바닥만 한 둥근 둥지에 있는 회색빛 알을 보곤 합니다.


요즘엔 갈수록 보리밭을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종다리가 높이 지저귀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없습니다.

 

 

 

 

 


 

보리타작을 하던 때는 보리 까시락이 어찌 그렇게도 꺼끄럽던지요?
아직은 보리까시락이 꺼끄럽지 않고 보들보들합니다.

 

 

 

 


보리타작 후에는 보리이삭을 주웠던 기억도 납니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주은 보리이삭으로 미숫가루를 만들기도 했고
보리 개떡을 만들기도 했지요.


거무튀튀한 보리 개떡은 보릿가루에다가 단맛이 나도록 당원과 소다가루를 넣어 만들었습니다.
보리 개떡이 없는 날은 괜히 심술이 나고
부모 말을 듣지 않는 청개구리가 되곤 했지요.

 

 

 

 

 

그 많던 보리밭이 이젠 꽃나무를 심고 과실 묘�을 심거나 비닐하우스가 들어서 있습니다.
아예 빈 논과 밭으로 있는 일도 있고요.


나무 묘목을 심는 것이 더 돈이 된다고 더욱 보리를 심지 않습니다.

 

 

 

 

 

 

이제 패기 시작한 보리 이삭은 하루가 다르게 여물이 들어갈 것입니다.
배고픈 시절의 고마웠던 보리!
지금은 보리피리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젊은이들이 많지 않은 시골은 보리피리 불며 놀 개구쟁이들이 없기 때문이지요.

보리밭에 부는 바람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풋풋한 바람입니다.

 

 

 

 

 

 

 

 

출처 : 한우리님블로그